[한라일보] 아침에 출근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평소처럼 멀리 있는 한라산이 오늘은 유난히 가까워 보인다. 날씨가 흐리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하지만, 공기가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엔 눈앞에 있는 듯 또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도 한라산이 가까워 보인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동서남북 어디서든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산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풍경도 저마다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공기마저 유난히 맑은 날이면, 저 멀리 한라산 정상의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해 보인다. 마치 바로 눈앞에 나뭇가지 하나하나까지 보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정말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그렇게 느끼고 싶은 것일까.
제주는 중심에 한라산이 자리하고,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타원형의 섬이다. 덕분에 대부분의 마을과 길 위에서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한라산은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자원일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삶 속에서 깊이 스며든 이정표이자 상징이 되었다.
단순한 산을 넘어 제주의 중심이며, 삶을 가늠하는 나침반인 셈이다. 과거부터 이 땅의 사람들이 바라보던 그 한라산은 오늘도 그 자리에 있고,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 역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제주의 역사와 기록, 구전되는 이야기속에서도 한라산은 늘 중심에 있었다. 어쩌면 '제주다움'이란 말은 한라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산은 나만의 보물이 아니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풍경을 진심으로 누리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제주 도민만이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특별한 권리이다.
오늘처럼 한라산이 가까워 보이는 날이면, 마음도 같이 가벼워진다. 대류 현상이 일어나기 전, 맑고 투명한 시야 속에 또렷이 떠오른 산은 더욱 친근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을 위한 기념일이 이어지며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시기다. 멀리 있는 부모님이 그리워지고, 곁에 있는 자녀들을 다시금 소중히 바라보게 되는 달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한라산이 가까워 보였듯, 우리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 따뜻한 한마디, 짧은 안부 전화, 얼굴을 마주하며 나누는 차 한 잔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혀주는 이정표가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한라산이 유난히 가까워 보이는 날이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안부를 전해 보자.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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