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회 제주비엔날레 폐막일인 16일 제주도립미술관에는 마지막 관람 행렬이 이어졌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지난 83일간의 여정을 이어온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16일 막을 내렸다. 제주만의 정체성을 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한편에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오는 2026년 '제주비엔날레 10년'을 향하는 시점에서 장기적인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도 요구되고 있다.
|'로컬 지향' 새로운 도전
지난해 11월 26일 개막한 제4회 제주비엔날레는 도내 5개 전시장에서 펼쳐졌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공공수장고, 제주아트플랫폼, 제주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이 무대가 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한 이번 비엔날레의 큰 주제는 '표류'. '아파기(阿波伎)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라는 가상의 표류기를 이야기가 확장되는 장치로 삼아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 등에서 새로운 담론을 제시했다.
모두 14개국 40개 팀(88명)이 122개 작품을 출품했다.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상징이기도 한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연결되는 싱가포르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타이완, 일본, 제주를 포함한 아시아권 작가를 비롯해 유럽, 미국, 캐나다 작가도 관람객을 만났다.
제4회 비엔날레는 출발부터 제주만의 정체성, 대중이 함께 만드는 예술 등에 강조점을 뒀다. 그동안 제주비엔날레가 지적받았던 정체성과 차별성 부족, 도민 참여 저조 등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표류를 대주제로 내건 것도 '표류의 역사'인 제주섬에서 표류를 통한 문명의 여정과 자연·문화예술의 이동, 이주 등을 다시 보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아시아권의 문명사를 짚는 동시에 세계적인 담론을 향하며 '로컬 지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비엔날레 무대에서 새 가능성을 실험했다. 일부 해외 참여 작가는 직접 제주를 찾아 제주만의 콘텐츠를 경험하며 새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와 도내 작가, 지역 주민을 연결하기 위한 사전 워크숍, 커넥트 제주(작가간 네크워킹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서양미술 400년, 명화로 읽다' 특별전(제주현대미술관) 등 비엔날레와의 연계·협력 전시가 관람객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폐막일까지 비엔날레 관람 인원은 최종 1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제3회 제주비엔날레 총 관람객(7만여 명)보다 많은 수로, 지난해 세밑 비상계엄 여파와 내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상황에서도 나름 선전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제4회 제주비엔날레 마지막 날인 16일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 김지은기자
|10년 향하는 제주비엔날레
아쉬움도 있었다. 제주비엔날레 전시장이 사실상 제주 서쪽에 집중되며 동쪽까지 무대를 넓힌 다양한 전시 무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2022년 제3회 비엔날레(2022년 11월~2023년 2월)보다 크게 줄어든 사업 예산(3회 18억5000만원→4회 13억900만원)은 확장성에 한계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행정이 주도하는 구조에선 예산 편성과 집행이 당해 연도에야 이뤄질 수밖에 없어 큐레이터, 코디네이터 등 전담 인력 확보도 비엔날레가 열리는 해에야 가능했다. 기획자 출신인 제주도립미술관장이 총감독을 맡으며 예산과 사전 준비 기간을 줄일 수 있었지만, 2년마다 한 번 열리는 행사를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이어진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제2회 제주비엔날레가 코로나19 확산과 예산 미확보 등으로 개최되지 않아 실제 횟수로는 세 번째이지만, 2017년 첫 회를 기점으로 햇수로는 8년을 넘어서면서다. 예정대로라면 제5회 행사가 열리는 2026년은 제주비엔날레가 10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제4회 제주비엔날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제주다움, 제주의 정체성을 담아낸 것들이 호응을 얻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보편성을 줄 수 있구나, 전 세계인에게 통용되는 울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엔날레가 4회, 8년이 됐다는 것은 행정에서의 실험이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미술관 내에서의 실험은 해 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숙지된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도민 전체 사회, 예술 사회 안에서 어떤 식으로 비엔날레를 발전해 나갈 것인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비엔날레는 미술 행사이지만, 제주와 같은 관광지인 경우에는 산업과 예술을 어떻게 연결시키며 관광으로 확장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며 "제주가 진정한 문화 예술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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