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 보통의 삶] ④ 성인이 된 '아이'

[발달장애, 그 보통의 삶] ④ 성인이 된 '아이'
"제가 언제까지 아이 옆에 있을 수 있을까요"
성인 돼도 까마득한 자립… 사회 진입부터 걱정
일자리 얻기 어렵고 일상생활에도 큰 도움 필요
  • 입력 : 2022. 08.31(수) 16:07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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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성인이 됐거나 학교 졸업을 앞둔 발달장애인에겐 사회 진입이 큰 과제다. 경제적 자립을 뒤로하더라도 직업을 갖거나 사회에 섞일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스스로 독립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죠."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동우(21) 씨의 엄마 김윤정(50) 씨가 말했다. '성인 1년 차'인 아들 이 씨는 혼자 버스나 택시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사회로 한발 내딛는 데는 여전히 큰 도움이 필요하다.

아들이 학교를 졸업하니 김 씨의 걱정은 더 커졌다. 또래와의 만남이 끊기고 엄마의 도움 없이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김 씨는 "아이가 누군가와 더불어 같이할 수 있는 건 '직업' 외엔 없는 것 같다"며 "그런데 그마저도 기약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한 사회적기업의 교육생 자리를 어렵게 얻었지만 마냥 기뻐할 순 없다.

"운이 좋게 교육생으로 들어갔어도 일로 연결되려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해요. 지금 일하는 누군가가 그만두거나 사업장이 인원을 충원해야만 취업할 수 있는 거죠. 그냥 지금 당장은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거예요. 이후에 또 닥치는 대로 제가 알아봐야 하는 거죠."

|성인 돼도 자립은 '먼 일'… 일하는 발달장애인 '29.3%'

이제 갓 성인이 됐거나 학교 졸업을 앞둔 발달장애인에겐 사회 진입이 큰 과제다. 김 씨의 이야기에선 성인 전환기에 선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고민이 엿보인다. 경제적 자립을 뒤로하더라도 직업을 갖거나 사회에 섞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발달장애인이 적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펴낸 '2021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추정 수 20만9497명)의 29.3%만이 임금, 비임금의 형태로 취업해 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예만 봐도 '자립'은 그저 희망사항이다. 같은 조사에서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의 74.2%가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혼자 힘으로 사는 것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도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언제까지 내 몸이 건강해서 아이를 챙겨줄 수 있을지 걱정"(발달장애인 부모 홍윤경(52) 씨)이라는 말에선 부모가 평생 안고 가야 할 고민의 무게가 다가온다.

이 세상에 모든 부모와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목표도 아이의 '자립'을 향해 있다. 제주도내 성인 전환기 발달장애인 9명와 그 부모들이 모인 '스스로모임'은 서로 함께하면서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늘리고 있다. 사진은 스스로모임 활동 모습. 사진=스스로모임 제공

|일상생활에도 큰 도움 필요… "사회에 설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도 유독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장애인(전체 15개 장애 유형)의 47.8%가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지적, 자폐성 장애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비율이 각각 14.6%, 6.6%에 그쳤다. 자폐성 장애인의 57.0%, 지적 장애인의 33.4%가 거의 또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을 주로 지원해 주는 사람은 단연 '부모'였다. 자폐성 장애인의 76.3%, 지적 장애인의 66.4%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인 발달장애인 이동준 씨의 엄마 홍윤경 씨도 챙겨야 할 게 많다. 올해 초 대학에 진학한 이 씨는 1학기 동안 혼자 버스를 타는 것도 어려워했다. 두려움이 컸던 탓이다. 홍 씨는 "버스 노선을 직접 검색해 보게 하면서 반복해 연습하다 보니 점점 나아졌다"며 "집에서는 밥도 그렇도 꾸준히 무언가를 해 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대학 진학을 택한 건 이른 사회생활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 배움의 의지도 있었지만 대학 안 '작은 사회'에서 진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연습을 해 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홍 씨는 "아이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다 보니 대학에서 함께 수업을 받고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 부분도 없지 않다"며 "사회생활도 하긴 해야 하지만 아직은 본인도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20년 6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제 무슨 일 있을지" 속앓이… 부모 부담도 커져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전에 없던 고민을 안게 되는 부모도 있다. 지적 장애가 있는 21살 아들을 둔 이미정(55·가명) 씨는 "언제까지 부모가 같이 다닐 수 없는데 언제 어떤 행동이 나올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돌발 행동'이 큰 오해로 번지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밖에 궁금한 게 있으면 혼자 나가기도 하던 아이였어요. 항상 가던 곳을 오고 갔지요. 그러다 어떤 집 밖에서 그 안을 10분 정도 보고 오는 걸 반복했나 봐요. 해코지를 한 건 아니지만 계속 찾아오니 무섭다며 경찰에 신고까지 들어 간 상황이었어요. (아이의 특성상) 어떤 행동이 나올지 모르는데 그게 성적인 행동으로 오해돼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집에만 있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갈 곳'에 대한 고민이 크지만 이래저래 들어가는 비용은 부담이다. 신체 활동이 필요한 아들이 운동을 배울 수 있도록 그룹을 짓고 지원하는 것도 이 씨의 몫이다. 주간보호센터라도 가려면 매달 10~20여만 원은 내야 한다. 이 씨는 "아이가 여기저기 배우는 것에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경증이어도 판단이 안 돼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없는데 (종전 장애등급제) 3급이어서 장애인 연금도 받지 못한다. 아이 혼자만 챙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부담"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일은 경제적 부담을 넘어 부모 한 개인의 '삶의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인 전환기 발달장애인과 부모 모임인 '스스로모임'의 리더이자 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혜수(53) 씨는 "장애 아이를 품에 안기 시작하는 동시에 부모 개인의 자아실현은 없어져 버린다"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취업과 사회 진입 등의 문제를 국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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