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갈등 극한으로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갈등 극한으로
道 "진입로 계속 봉쇄하면 형사 고발" 공문 발송
월정리 "마을주민 겁박…증설 시도 멈춰야 풀 것"
  • 입력 : 2022. 01.25(화) 18:2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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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주민들이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진입로 길목을 트랙터와 차량 등으로 막아서며 시위하는 모습. 한라일보 자료사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둘러싼 제주도와 월정리 주민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도가 증설에 반대하며 하수처리장 진입로를 봉쇄한 월정리 측에 봉쇄를 풀지 않으면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하자, 마을 측은 도정이 주민을 윽박지르고 있다고 반발했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월정리 주민들에 따르면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24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장에게 공문을 보내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진입로 봉쇄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본부 측은 공문에서 "지난해 11월18일부터 65일째 (마을 주민들이) 동부하수처리장 진입로를 트랙터 등으로 막고 있어 하수 슬러지(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반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출 중단으로 현장에 쌓아놓은 하수 슬러지가 360t에 달하면서 악취를 풍기고 있고, 하수 처리에 필요한 약품도 반입하지 못해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등 하수처리장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본부 측은 "하수 슬러지 반출과 하수 처리 약품 반입은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회가 진입로 봉쇄 해제 조건으로 내건 '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중단'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본부 측은 "증설 공사와 관련해서는 월정리가 대책위원회 등 책임있는 협의 창구를 정해주면 지속적으로 대화하겠다"면서도 "하수 슬러지 반출과 약품 반입을 계속 저지할 경우 공무집행방해 등 민·형사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본부 측은 주민들이 진입로 봉쇄를 풀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서는 등 공권력 투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 관계자는 "하수처리장을 증설하느냐, 마느냐와 현재 시설된 하수처리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이 둘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다만 형사고발과 행정대집행 등 극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들은 증설 시도를 중단해야만 진입로 봉쇄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창현 월정리장은 "4개월 간 계속된 시위로 주민들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며 "제주도는 새 도정이 들어설 때까지 우선 증설 시도를 멈추고, 또 주민들은 진입로 봉쇄를 푸는 등 서로가 한발짝 씩 양보하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갖자고 제안했는데 다짜고짜 사법 처리을 운운하며 주민들을 겁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증설을 멈춰야 진입로 봉쇄를 해제하겠다는) 우리 측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도는 동부하수처리장의 1일 평균 하수 처리량이 1만 1595t으로 처리 용량의 96%에 육박하자 시설을 2만4000t 규모로 증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하수처리장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천연기념물인 월정리 용천동굴 위에 세워져있다며 증설 시도를 중단하는 한편, 더 나아가 하수처리장을 철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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