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33)두살배기 병원치료거절 사망 그 후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33)두살배기 병원치료거절 사망 그 후
권역외상센터 연착륙 정부·의료계 고민해야
  • 입력 : 2016. 10.14(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 2명이 숨지면서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과 아울러 권역외상센터가 가동되고 있는데도 불구 제역할을 못한데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교통사고 발생 후 119로 환자가 옮겨지고 있는 모습. 사진=한라일보DB

'전주 사고'로 치료콘텐츠 부재 확인
정부지원 받아도 병원적자폭 확대돼
사회안전망 차원서 지역별 구축 필요

지난 9월 30일 전북 전주에서 후진하는 견인차에 아까운 생명 둘을 잃은 사건과 관련된 대형 병원들이 연일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당시 한 언론사가 보도한 사건을 소개하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2세 남아가 종합병원 13곳에 치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하고 어렵사리 수술할 병원을 찾았지만 결국 숨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께 전주시 반월동의 한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던 김모(2) 군과 김군의 외할머니가 후진하던 견인차량에 치여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응급 수술실 두 곳이 모두 수술 중이어서 김 군은 수술을 받지 못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각 지역 대학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13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김 군을 치료하겠다고 나선 병원은 없었다. 이날 김 군의 치료 요청을 받은 병원 중에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라고 전국에 권역별로 설치된 권역외상센터 6곳도 포함됐다'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외상에 의한 사망은 10번째를 차지하는 주요 원인이다. 외상 중에서 '자해' 혹은 '자살'과 같은 의도적인 외상을 제외하면, '운수사고'나 '교통사고'의 비율이 가장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운수사고'나 '교통사고'로 2015년 한해에 약 1만여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30명 정도가 숨지고 있는 것이다. 전주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중증외상환자들의 치료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지난 10년간 노력을 해 왔는데, 그 시스템에 포함된 병원들이 적절한 치료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대로 투영돼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외과 정규환 교수의 협조로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시스템 확보 등에 대해 알아본다.

권역외상센터 주요시설. 사진=보건복지부

어린이 교통사고의 특징은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단연 많다는데 있다. 부주의하다는 점은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보다 많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남자 아이들의 교통사고 빈도 또한 여자 어린이에 비해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단지 부주의해서 안전에 대해 무지해서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실례로 어린이들은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자마자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전속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나는 차량이 없어서 천만다행인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이들의 특징이다. 파란색 신호에 길을 건너야 한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파란색 불이 켜진 횡단보도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파란색 신호에도 멈추지 않고 운행하는 어른 운전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신호가 바뀌어도 좌우를 잘 살핀뒤 건너라고 가르칠 수 밖에 없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또 다른 특징은 스쿨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시간대도 오후 2~6시에 집중돼 있다.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노란스쿨버스가 학생들을 내리고 태우기 위해 정차할 때는 같은 방향으로 주행하던 모든 차로의 차량들은 정지해야 한다. 도로의 넓이에 따라 차로가 많지 않은 도로(예를 들어 4차로)라면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도 멈춰서야 한다. 위반하게 되면 상당한 범칙금을 물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쿨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뛰어서 길을 건널 수 있다는 행동방식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 등으로 다친 어린이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선 어떤 시설과 인력, 시스템이 필요한가. 두 살 배기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들이 있다.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닌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의사라면 기본적인 처치는 가능하겠으나 지속적으로 성장과 발달을 하고, 호르몬 체계가 다르면서 동시에 변화하고,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질환 역시 어른과는 다르기 때문에 해당 영역의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고용불안에 따른 전문의 양성이 쉽지 않고, 결국 이 분야의 전문의를 찾는 것이 어려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더욱이 병원들은 필요성은 절실하나 소아 영역 전문의를 고용함에 따르는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로 돌아와 설치계획을 잡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적자라는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설치와 운영의 30~40%에 해당하는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아도 적자폭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적절한 사람을 고용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외상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이유는, 이 시스템 자체가 사회안전망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 의해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권역외상센터라는 시스템이 자칫 뛰어보기는 커녕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상세부전문의이면서 소아외과세부전문의이기도 한 정규환 교수는 "의사 한 명이 환자를 오롯이 완쾌하도록 만들기는 참 어렵다. 소아를 수술하기 위해 소아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며, 소아의 뇌 또는 척수 손상 치료를 위한 소아신경외과전문의, 성장과 직결되는 골절 등을 치료할 소아정형외과전문의, 그리고 단순 X레이검사 부터 초음파나 CT, MRI 등의 영상검사를 시행하고 판독할 소아영상의학전문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기본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는 든든한 배경이 갖춰져 있어야하고, 나아가 사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급성기외상성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소아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