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한국여자축구 국민 사랑받는 스포츠로 만드는 게 목표"
  • 입력 : 2016. 06.16(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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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은 물질로 자신을 강하게 키워준 어머니 때문인지 고향 제주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앞으로 제주 축구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부미현기자

대한축구협회 이사에 이어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으로 활약
2002월드컵 당시 고향 제주 경기 유치 위해 전폭적 지원 벌여
"제주는 해외 축구팀 전지훈련 장소 적합… 유치에 도움주고파"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여자축구. 지난 10여 년 간 성장을 거듭, 세계 최강 일본과 중국, 북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 17세 월드컵 우승, 20세 월드컵 3위 등이 대표적 성과다. 이 같은 성과는 남자 축구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2001년 발족한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조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제주출신 오규상 (사)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60)은 이처럼 한국여자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공로를 인정받아 연맹에서 두 번째 회장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오 회장과의 인터뷰를 지난 8일 진행했다. 오 회장은 중국 축구선수들의 제주 전지훈련 유치가 이뤄진다면 제주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축구인맥을 활용해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훈련유치 통해 막대한 경제 이익"

"제주도는 축구와 관련해서 비전이 있는 곳입니다. 특히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합니다. 중국에서는 제일 규모가 작은 프로팀이 선수단 운영에만 500억 원을 쓴다고 합니다. 제주도가 해외 선수단에 대한 관리를 잘 한다면 훈련 유치를 통해 매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해외 선수단 훈련 유치는 제주도의 축구 문화 발전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 회장은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 길을 거쳐 축구 행정까지 두루 섭렵해오고 있는 인물로 국내 축구계의 핵심 인사다. 현대고 축구 감독을 시작으로 199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이사, 2008년에는 울산 현대미포조선 축구단장,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여자축구연맹 부회장에 이어 2009년부터 지금까지 회장에 재임 중이다. 오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관리이사를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축구 발전의 기틀을 세웠다. 선수 출신이었기에 미국 월드컵(1994년)과 프랑스 월드컵(1998년)에서는 선수들의 후생복지와 코칭 스탭들을 지원했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비롯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보필하며 축구계 발전을 이뤄온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사실 정몽준 회장이 축구계에 몸담게 된 배경에는 그의 숨은 역할이 있었다. 정 회장에게 축구협회 회장을 제안한 인물이 바로 그다.

축구협회 회장의 신임을 받으면서 그가 제주를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이 바로 2002년 월드컵 당시 제주의 경기 유치다. 당시 개최도시선정위원이었던 그는 월드컵 개최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들이 저마다 대대적 자금 지원을 내세운 유치전에서 제주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인데 제주가 월드컵 경기 개최를 위해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정몽준 회장님과 어떻게 하면 제주 유치가 가능할지 방법을 논의했었습니다. 개최도시선정위원들의 관심사였던 자금 조달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제주를 찾았을 때 관련 질문을 피해갈 수 있도록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

오 회장은 축구명문 서울 경신고와 고려대학교를 거쳐 국가대표 충무(1978), 프로축구 포항제철(1979~1981)에서 활약했다. 축구 선수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축구 입문은 고등학교 때로 다소 늦었고 이후 선수생활도 스스로 해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출신의 부모와 함께 울산으로 이주했는데 어머니가 당시 해녀였고, 부모님은 공부를 곧잘 한 그가 육사에 가기를 바랐다. 165cm의 단신임에도 달리기를 잘하는 그를 눈여겨 본 고등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축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제가 다니고 있던 고등학교는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축구팀이 활성화돼 있던 같은 지역 중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고등학생이 중학생 후배들과 함께 공부했던 것이죠. 그 학교에서 출전한 서울-부산 시합에 나갔다가 최우수선수상을 받았고 서울 경신고 코치가 저를 찾아와 전학을 권유했습니다."

무릎 부상 시련 딛고 지도자의 길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선수생활이었기에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축구 연습에만 몰입했다. 결국 경신고 졸업때 최우수선수상을 받아 고려대학교로 진학했다. 그런데 승승장구할 것 같던 그에게도 시련이 왔고 그의 축구인으로서의 삶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프로축구 포항제철에 있을 때 무릎 부상으로 축구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미련 없이 자연산 광어와 전복을 서울에 납품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현대고등학교 축구단이 창단하면서 지도자 제안이 들어왔지요. 축구감독을 하게 됐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정몽준 회장이 저의 축구계 인맥에 주목해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해 달라는 제안을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한국 축구를 성장시킨 그는 이제 한국여자축구의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선진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지원이 부족함에도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여자축구를 선진국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종목으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아직까지 인프라나 저변이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 지원도 나아지기보다 더 줄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연맹이 직접 대회 후원사를 찾아나서는 실정입니다. 회장으로서 여자축구를 꾸준히 알리고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여 한국여자축구의 저변과 인프라가 탄탄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소임이자 재임기간 동안의 목표입니다."

그 동안의 성과로는 지난 2009년 출범한 여자축구 실업리그(WK리그)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시즌부터 홈&어웨이 제도를 통해 새롭게 정착한 WK리그를 통해 매주 월요일 저녁 수준 높은 여자축구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유소녀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를,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여자축구에 대한 확실한 홍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물질하던 어머니… 눈물나는 고향"

현재 국내 여자축구는 70개 팀(초등부 17, 중등부 18, 고등부 17, 대학부 9, 실업팀 9(WK리그 참가팀은 7개 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1600명의 엘리트 선수가 활동 중에 있다. 미국처럼 여자축구가 관중 수입만으로 협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가 꿈꾸는 한국여자축구의 미래이기도 하다.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축구는 거친 스포츠이고 남자만의 운동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여자도 충분히 축구를 즐길 수 있으며, 핵가족화 시대인 요즘 아이들의 사회성과 단체성을 기르는 좋은 운동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축구계에서 고향 제주를 사랑하기로 정평이 난 오 회장은 제주에서 여자축구 대회의 가장 큰 축제인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2017년 개최도 관철시킨 바 있다. 당초 올해 제15회 대회도 제주에서 개최하기로 했지만 8월 성수기 항공권과 숙박 관련 제반 사항의 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아쉽게 울산으로 변경된 바 있다.

"대회를 한 번 하게 되면 2500명에서 3000명 정도가 제주를 가야 하는데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관계자를 다 만나서 논의해 봤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내년 비수기에 대회를 치르기로 하고 5월 개최 예정입니다."

축구인들에게 제주 출신임이 각인돼 있을 정도로 제주 사랑이 각별한 오 회장은 앞으로 제주에서 축구와 함께 하며 살아갈 꿈도 키우고 있다.

"어머니가 물질을 하면서 저를 건강하게 키워주셨고 그래서 제주도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나중에 제주로 가게 되면 축구행정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제주 축구인들을 하나로 뭉쳐 제주의 축구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규상 회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출신으로 울산에서 초·중학교를 나오고 서울 경신고,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포항제철 소속 선수로 활동했고, 충무 소속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현대고 축구 감독을 지냈고, 199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이사로 활동 했으며 2008년부터 울산 현대미포조선 축구단장, 2016년 3월부터 고려대학교 고우체육회 회장에 취임,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여자축구연맹 부회장, 2009년부터는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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