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해양경찰서는 24일 오전 제주항공대 소속 헬기(AW-139) 추락사고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각종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해양경찰의 최신형 헬기가 현장에 새로 투입된 지 5일만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양경찰관으로 임용된 지 3개월 밖에 안된 여경이 숨지고, 탑승자 4명이 실종되는 등 해경의 해상치안 능력에 대한 신뢰도 바닥에 추락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병훈 경위, 권범석 경위, 양춘석 경사, 최명호 경장
▶사고 원인은=사고 원인을 두고 조종미숙 및 기체결함, 기상악화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시 1502함이 항해하던 주변 해상에는 북서풍이 8~10m로 불고, 파도가 1~2m, 시정은 0.5마일로 대체로 양호해 기상악화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난기류 발생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승무원들의 조종미숙 문제에 대해 해경은 "헬기 기장의 경우 AW-139기가 국내로 도입되기 전부터 이탈리아로 가서 비행교육을 받았으며, 한국에 돌아온 뒤 인천에서 1년 동안 야간비행 등 운항경력을 쌓아왔다"고 밝히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기장과 부기장 모두 총 비행시간이 2000시간이 넘고 야간 인명구조 경험이 많은 베테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헬기에 대한 기체결함 의혹은 국내 도입 당시부터 제기다. 지난 2009년 9월 강원도 소방본부 소속 헬기 AW-139기가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제2소방항공대 기지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기체 위쪽의 엔진 덮개가 갑자기 열리면서 위에서 회전하고 있는 로터(회전날개)와 수차례 굉음을 내며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2009년 4월 카타르에서 발생한 같은 기종 헬기의 사고를 예로 들며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헬기를 무리하게 들여온 결과라고 본다"며 기체결함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항공대측은 "정비적인 문제도 없었고, 현장에 배치하기 전 1년간 시범 운용 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기체 결함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사의 국내 입찰업무를 맡아온 업체도 "이미 안정성 면에서 검증이 끝난 헬기"라며 기체결함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사고 원인은 사고 헬기의 몸체를 찾고 보다 면밀한 조사를 진행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색 난항=확인 결과 조난시 작동돼야 할 헬기 내 위치추적장치가 전혀 가동되지 않았고, 탑승자 중 한명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과 또다른 탑승자들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로 확인된 지점의 차이가 커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해경은 23일 밤 탑승자들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해안으로부터 500m지점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곳을 중심으로 야간 조명탄을 쏴 집중 수색을 벌였다. 그러나 밤샘수색 결과에도 별다른 성과를 얻진 못했다. 게다가 헬기의 잔해물(문짝과 꼬리부분)과 이유진 순경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제주시 한림서방 115km 해상이다. 해경은 헬기가 추락 후 잔해물과 실종자들이 조류에 의해 멀리 떠밀려간 것으로 추정, 수색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재 해경은 가용가능한 모든 함정은 물론 해군과 민간어선까지 총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으며, 수중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 몸체 수색을 위해 소나(음파탐지기)도 현장에 투입했다.
한편 해경은 사고헬기 위치를 확인하면 해군과 민간구난업체의 협조를 통해 인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토해양부와 협의 후 '항공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헬기사고 재구성
23일
오후 6시 30분- 제주 한림 서쪽 120km 해상 운항 중 1502함에서 이유진 순경 복통과 고열로 실신.
오후 6시 53분- 남해지방경찰청 소속 제주항공대에 헬기 후송 요청.
오후 6시 55분- 의료원격 시스템으로 목포 한국병원과 연결해 응급조치.
오후 7시 30분- AW-139기 제주국제공항 이륙.
오후 8시 05분- AW-139기 1502함 상공 도착.
오후 8시 20분- AW-139기 이 순경 태운 뒤 제주대학교 병원 향해 출발.
오후 8시 53분- 제주해경, AW-139 헬기 통신두절 확인 후 해양경찰청과 남해지방해양경찰청 등에 상황 전파.
오후 9시 00분- 제주·서귀포해경 전 직원 비상소집 3002함 등 경비함정과 헬기 등 수색작업 투입.
오후 9시 36분- 해양경찰청 상황대책반 가동.
오후 11시 00분- 탑승자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한림읍 협재리 500m 앞 해상 확인. 카모프 헬기로 조명탄 쏘으며 밤샘 수색작업.
24일
오전 8시 21분-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 AW-139 헬기 잔해 발견.
오전 9시 11분- 3009함 이유진 순경 시신 발견 후 인양.
오전 9시 30분- 제주해양경찰서 사고대책본부(본부장 남해지방청장) 구성·운영.
오전 11시 00분- 이유진 순경 헬기 이용해 제주대학병원 영안실 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