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9시13분쯤 제주시 외곽지 한 주유소. 전세버스 1대가 주유를 막 끝내고 주유소를 벗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또다른 전세버스 1대가 주유소로 들어섰다.
한국석유관리원 검사팀장이 주유소로 쏜살같이 달려들어 주유원에게 주유하고 있는 연료가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제주시청 단속공무원도 가세했다.
확인결과 보일러 등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석유관리원과 제주시청은 이날 단속에 앞서 모처에서 경유차량에 보일러 등유를 주유하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잠복하던 도중 낌새가 나타나지 않자 제보에 의해 확인된 이 곳 주유소를 찾은 것이다. 때마침 앞서 빠져나간 1대와 적발된 전세버스 등 2대가 보일러 등유를 주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석유관리원은 이날 주유소 업주 L씨(53)와 버스운전기사 K씨(53)로 부터 확인서를 받고 보일러 등유 주유기와 버스연료통에서 주유한 연료를 빼내 시료로 확보해 성분검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업주에 대해 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업주는 물론 버스운전기사도 난처한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제주지역에서도 다른 시도와 마찬가지로 연료값을 아끼기 위해 경유차량에 보일러 등유를 주유하고 있는게 사실로 확인됐다. 이날 주유소에 게시된 경유가격은 ℓ당 1540원이었고, 보일러등유는 1095원으로 445원의 차이가 있었다.
제품 성질상 보일러 등유는 경유와 유사해 어느 정도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 상대적으로 저렴한 난방용 연료를 경유차량의 연료로 파는 행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일러 등유는 윤활성이 낮아 엔진 등 부품 마모를 촉진시키고, 황 함량이 높아 불완전 연소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한다는 문제가 있다.
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파는 것은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이며 현행법상 난방용 연료를 차량연료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등유를 차량연료로 판매하는 업자는 물론 사용자까지도 처벌받게 된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제주지역에서 난방용 연료를 차량연료로 판매하는 현장을 단속한 것에 대해 다소 씁쓸하다"며 "청정환경인 제주지역에서 조차 이같은 현상이 빚어져 아쉬울 뿐이다. 판매도 소비도 않는 청정지역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주유소에서 경유차량의 보일러 등유 주유는 물론 이동식 주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 등에 따라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