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갈등의 섬 제주, 제2공항이 마지막이길…

[김성훈의 백록담] 갈등의 섬 제주, 제2공항이 마지막이길…
  • 입력 : 2021. 02.15(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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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처음으로 백부와 숙부를 비롯해 사촌형제들이 없는 상태에서 차례를 지냈다. 생각조차 안했는데 부친이 이번 설은 우리식구만 빨리 제를 지내겠다며 손주들도 오지 말라고 했다. 모두 모였더니 딱 4명이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5인이상 집합금지를 지킨,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런 설을 지냈다. 명절날 외롭게 차례를 지내니 사뭇 친척의 빈자리가 느껴지고, 한산한 마을길을 걸으니 이웃사촌들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괸당'이라는 말이 곱씹어지는 설날 아침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제주는 갈등의 섬으로 변해버렸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역시나 '돈'도 한 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척박한 땅에 가진것 하나 없던 제주는 이국적인 경치를 장점으로 삼아 관광1번지 명성을 쌓아 올리며 타지자체의 부러움을 받기 시작했다. 복잡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 여유를 찾으려는 '제주살이' 열풍이 불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들었다. 내국인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러시가 이어졌다. 한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섬이 되더니 자본이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본은 대규모 투자로, 투자는 '개발'이 전제되곤 했다. 개발의 문제는 '보전'이라는 대항마를 불러왔음이다. 개발 자체만으로 혜택을 보는 자와 그렇지 못한 이들간 다툼이 빚어졌다.

보상금 좀 받아보자고 개발에 자기 눈을 닫기도 했고 돈 좀 더 벌어보자고 이웃을 나몰라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했다. 금전문제는 서로간 비밀이 없고 없는 살림이지만 서로 정을 나누던 이웃간 돈독한 괸당문화를 허물어뜨렸다.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며 그야말로 남이 돼버렸다. 가까웠던 만큼 서로 상처가 깊어져 원수보다 더한 사이가 되며 공동체가 무너져버린 마을이 한두곳 아니다. 제주에서 개발과 보전은 서로간 보완보단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 본토박이로서 화나는 것은 제주사회에서 빚어지는 갈등 대부분 제주사람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외래자본에 의하거나 정부의 국책사업이 불러왔다는 점이다.

외래자본 투자로 인해 촉발된 갈등은 시간이 흐르며 봉합이 되기도 하지만 국책사업으로 인한 갈등은 제주사회가 두쪽으로 나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제주사회를 극단적 갈등양상으로 몰아넣고 있는 제2공항은 후자의 대표적이다.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측의 찬성과 필요없다는 반대 목소리가 수년째 봉합되지 않은채 서로간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오늘부터 제2공항과 관련해 찬반 여론조사가 이뤄진다. 여론조사를 하자고 결정난후부터 찬반측의 성명전과 홍보전이 무섭게 이뤄지고 있다. 여론조사의 이유가 찬반 갈등 해소를 위함인데 흘러가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후유증이 걱정되는게 사실이다. 찬반측 모두 제주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선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갈등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여론조사가 갈등을 끝내고 훗날 후손들에게 '신의 한수'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제주땅에서 살아가는, 살아가야 할 이들의 삶의 질이 찬반 결정에 가장 중요한 척도가 돼야 할 것이다.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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