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지의 백록담] "올해도 채용 계획 없습니다"

[오은지의 백록담] "올해도 채용 계획 없습니다"
  • 입력 : 2025. 07.14(월) 01: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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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채용 계획 없습니다."

올 상반기에도 그랬고, 하반기에도 다르지 않다. 제주지역 중소기업의 채용 시장이 뚜렷하게 위축되고 있다. 내수 침체 장기화 속 인건비 부담, 불확실한 경기 전망 등 복합적인 경영 환경이 인력 충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도내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하반기 중소기업 인력채용 현황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44%는 '채용계획 없음', 36%는 '채용 계획 미정 또는 유동적'이라고 답했다. 10곳 중 8곳이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세우지 못한 것이다.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이는 도내 84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 상반기 조사 결과('채용 계획 없음'(35.7%), '채용계획 미정 또는 유동적'(45.3%), 채용계획 있음'(19%))와 큰 차이가 없다. 채용 시장이 정체 상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도 평균 1명, 대부분은 단순근로자 중심의 최소 인력 확보다. 상반기의 평균 채용 인원 1.5명보다도 줄어든 수치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채용을 더욱 주저하고 있다. 50인 이상 기업의 채용 계획이 있다는 응답률은 54.5%였지만, 그보다 작은 기업들은 14~18%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인건비와 원자재 등의 비용 증가 부담 속에서 현 인력으로 '버티는' 방향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주 중소기업의 채용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 사이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고 있다. 일부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구인·구직 간 미스매치의 대안을 창업에서 찾기도 하지만 쉬운 길은 아니다. 중장년과 고령층 중에서도 경력 전환이나 재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 업체 대표는 "기업 입장에선 전문인력을 충원해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사업을 확장해 매출도 올리고 싶지만 제주는 사업 범위가 좁고, 그나마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는 대부분 관급사업"이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그 관급조차 진입 장벽이 높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번 인력채용 현황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꼽은 지자체의 최우선 지원책은 '고용지원금 등 지원 기간 및 금액 확대'(76%)였다. 이어 구직자와 구인 업체간 취업 연계 인프라 강화(28%),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 추진(27%),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10%) 등이 뒤를 이었다. 일부 기업은 젊은 노동자의 잦은 이직으로 인력채용이 어렵고, 구직자와 사업자가 원하는 임금격차가 커 지원자가 부족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단기적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구인·구직의 구조적 불일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로 읽힌다.

'버티는 기업'과 '떠나는 청년' 사이에서, 지속 가능하고 탄탄한 일자리 생태계를 위한 보다 정밀하고 다층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오은지 경제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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