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추풍령 생태축 연결·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환경부·국토교통부는 모두 2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풍령에 폭 50m의 생태통로 3개를 설치한다. 야생동물들이 백두대간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광주국토관리사무소도 얼마 전 국도 22호선의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9㎞ 구간에 5억7000만원을 들여 방지 울타리를 설치했다. 더불어 주요 도로변에 로드킬 주의표지판을 설치하는 한편으로 유도 울타리와 생태이동통로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제주라고 로드킬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로드킬(Road Kill)이란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구하거나 이동을 하려고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을 말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상반기 야생동물 로드킬 현황'을 살피면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전국에서 49종 408개체의 야생동물이 로드킬 피해를 당했다. 강원도가 78개체로 가장 많다. 경북이 69개체, 전남이 59개체, 경기가 48개체로 그 뒤를 잇는다. 제주 또한 29개체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로드킬 예방을 위한 제주자치도 및 제주·서귀포시의 대책은 겉돈다. 로드킬 예방 및 대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인 통계 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는다. 생태통로 또한 드물 뿐만 아니라 시설된 생태통로 마저도 철저히 공급자의 입장에서 설치돼 있다. 로드킬을 당한 노루 사체 수거를 위해 민간단체에 유류비를 보조해 주는 것이 대책의 전부다.
로드킬은 2차 사고로 직결될 수도 있다. 지난 2013~2015년 사이 제주시 서부지역에서만 3건의 말 로드킬 사고로 2명이 다치고 차량 13대가 파손됐다. 몇년 전에는 5·16도로에서 노루를 피하려다 자동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4명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로드킬 사고를 줄이기 위해 순록의 뿔에 야광 페인트를 뿌리는가 하면 도로에 주의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인식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도 시작했다.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로드킬 예방을 위해서는 동물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에서 서행·주의운전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와함께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도로 및 구간별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