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도깨비에 삼성신화… 제주 설화 녹여낸 동화

[책세상] 도깨비에 삼성신화… 제주 설화 녹여낸 동화
제주 동화작가들 잇따라 발간
  • 입력 : 2025. 08.22(금) 02: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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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업개·한라산 백록 전설
아이·어른 모두 즐길 동화책


[한라일보] 제주의 설화를 녹여낸 신작 동화들이 잇따라 나왔다.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동화작가들이 펴낸 책들에는 도채비(도깨비의 제주어), 탐라의 삼성 신화, 항파두리 애기업개 전설, 한라산 백록의 전설 등 소재도 다채롭다.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동화들이다.



ㅣ 도깨비를 믿나요?

"잠깐 만났지만 힘든 일을 함께 겪어 낸 것만 같은 정말 도깨비인지도 모를 아이를 떠올리며 반딧불을 쫓아 달려갔다."(본문에서)

제주의 풍경과 도깨비 설화를 녹여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여연(필명) 작가가 최근 펴낸 장편동화 '도깨를 믿나요?'이다.

이 책은 해녀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어린 손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속엔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외로운 주인공 '진주'가 도깨비를 만나면서 일어난 기적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진주'는 가세가 급격히 기운 뒤 엄마는 홀연히 사라지고 트럭운전을 하던 아빠는 교통사고를 당해 한수리에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외로움이 깊어진 진주는 어느날 할머니에게 '비양도 주민들은 도깨비 덕분에 모두 부자로 잘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다를 향해 "도깨비야, 여기로 와"하고 외친다. 며칠 뒤 할머니 집에 정체 모를 아이가 불쑥 나타난다.

30여년간 제주와 부산에서 국어교사를 해온 저자는 퇴직 후 제주 신화를 정리하고 알리는 글을 써왔다. '제주의 파랑새', '체험학습으로 만나는 제주신화', '신들의 고향, 제주를 걷다' 등이 있다. 그림 김지인. 책읽는곰. 1만5000원.



ㅣ 삼 을라와 벽랑국 삼 공주

"우리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삼 을라네요. 힘을 합쳐 이 아름다운 땅에 살기 좋은 나라를 세워 봅시다."(본문에서)

김정배 작가가 최근 '삼 을라와 벽랑국 삼 공주'를 발간했다. 제주도의 옛 이름 탐라의 개국 신화인 '삼성 신화'를 다룬 그림책이다.

섬 한가운데 있는 한라산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져 산 북쪽 평평한 곳에 세 개의 구멍이 생긴다. 이들 구멍에 고운 빛을 비추며 건장한 청년 세 명이 솟아난다. 살기 좋은 나라를 세우라는 천지왕의 명령을 받고 세상에 왔다는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벽랑국에서 온 삼공주와 혼인을 하고 탐라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게 된다.

이 신화는 여러 문헌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작가는 영주지와 고려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서귀포 신인문학상과 아동문화평론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동화를 쓰기 시작한 작가는 '할머니의 테왁', '꽃밥',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 '산호 해녀', '해녀 영희', '사라진 골짜기', '진짜 우정 초대장', '나뭇잎 초대장', '이야기가 자라는 나무' 등을 펴냈다. 그림 한태희. 봄봄. 1만6000원.



ㅣ 항파두리 애기업개 오월이 누나

"항파두리 전설에 나오는 애기업개 이름을 오월이라고 지었어요. 오월은 봄에 돋아난 새싹들이 만발하는 희망의 계절이니까요."('작가의 말'에서)

박재형 작가가 최근 장편동화 '항파두리 애기업개 오월이 누나'를 펴냈다. 삼별초의 역사와 항파두리에 얽힌 전설을 소재로 쓴 동화다.

제주 항파두리는 고려시대 몽골에 저항하던 삼별초군이 마지막으로 몽골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었던 토성이다. 이를 중심으로 삼별초 항전이라는 역사에 휩싸인 채 고난한 시기를 보낸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에서는 씩씩하게 동생과 가족을 돌보다 여몽연합군에 잡혀 갖은 고초를 겪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애기업개 '오월'의 삶을 통해 이를 보여준다. 애기업개는 아기를 돌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1983년 '아동문예' 동화 부문과 2022년 '월간 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작가는 동화집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검둥이를 찾아서', '동작석을 찾아라', '이상한 도서관' 등을 펴냈고, 계몽아동문학상, 제주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을 받았다. 그림 정선지. 아동문예. 1만3000원.



ㅣ 아기 노리와 오두막 할머니

"엄마 찾으러 산에 갈꺼야."

목장에서 살던 아기 노루는 한라산에 오른다. 그러나 길을 잃고 헤매게 되고 할머니의 오두막 집에 이르게 된다. 왜 이 곳에 왔는지 묻는 할머니에게 아기 노루는 한라산에 사는 백록(흰 사슴)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백록에게 엄마를 만나게 해달라고 빌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백록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하며 한라산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기노루는 할머니가 끓여준 따뜻한 호박죽을 먹고 다음날 엄마를 찾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김정숙 작가가 펴낸 그림책 '아기 노리와 오두막 할머니'는 이처럼 엄마를 찾기 위해 한라산에 오르는 아기 노루와 오두막에 사는 할머니의 만남을 그린다. 흰 사슴이 산다는 한라산의 전설을 글에 녹여낸 작가는 그림도 그려 넣었다.

작가는 2008년 '한라산 몽생이'로 등단해 동화를 쓰기 시작한 후 '물결아줌마 치맛자락', '구젱기 짝궁', '곶자왈 몽생이', '마법을 부리는 지구별', '구름 강아지 등을 펴냈다. 현재 해동문학 회원과 제주아동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그루.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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