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수다가든, 마을호텔 18번가 그리고 건입동 마을복합센터

[김명범의 월요논단] 수다가든, 마을호텔 18번가 그리고 건입동 마을복합센터
  • 입력 : 2025. 07.14(월) 01: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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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전주 팔복동 신복마을에서 2023년 진행된 '수다가든' 빈집 재생 프로젝트는 빈집 4채를 음식점과 카페로 변모시키며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얼마 전 직접 찾아가 보니 큰 도로와 떨어진 불리한 입지로 접근성이 좋지 않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업 전반을 외부 전문 기업이 주도하면서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도 미흡했다고 한다. 개장 15개월 만에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반면 강원도 정선 고한읍의 '마을호텔 18번가 협동조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도시재생을 풀어냈다. 2020년 폐광으로 방치된 빈집 10채를 감성 숙소로 리모델링하고, 마을 골목을 여행자들의 놀이터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단순 숙박을 넘어 마을 공방 체험, 골목 투어, 주민 참여 여행 코스 등 지역 자원과 주민이 연결된 콘텐츠로 운영해, '소멸 위기 마을'을 '살아 숨 쉬는 마을'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3일 협동조합의 날에는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두 사례는 지역 공동체의 역량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시재생의 성패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을 모으고 마을을 살리는 플랫폼은 단순한 공간 조성에 그치지 않고, 주민 중심의 운영 체계와 지속 가능한 콘텐츠 개발을 바탕으로 구축돼야 한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건입동 도시재생사업 역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8월 개소를 목표로 김만덕 다함께돌봄센터와 실내 어린이 놀이터가 한창 공사 중이다. 최근 마을복합센터도 1년여에 걸친 신축 공사를 마무리하고 준공됐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복합센터는 제주항과 김만덕 객주가 내려다보이는 '윤슬 언덕'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복합센터가 마을 문제 해결의 거점이자, 마을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환원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매김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전체 면적 1606㎡, 지상 5층 규모로 공간이 상당히 크지만, 체험 전시실, 카페, 주차장 등으로 용도가 제한된 탓에 활용 방안이 모호하다. 주민의 필요와 역량을 반영한 맞춤형 공간 운영계획이 마련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원도심의 마을 안쪽이라는 입지 특성상 유동 인구가 적고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에 따라 수익 창출과 콘텐츠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운영 경험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걸림돌이다. 열악한 조합 재정 상황에서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전기 요금, 제세공과금,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건입동 마을복합센터의 향후 운영 성패는 결국 주민과 행정, 마을 조합, 지역사회가 어떻게 협업하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관 주도에서 벗어나 주민 중심의 자생적 운영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김명범 행정학 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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