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자녀가 다니는 학급에 지적 또는 정서적으로 특수한 아이가 있다고 할 때, 과연 우리 아이는 그 아이를 존중할까? 차별할까? 아니면 그때그때 다를까? '차별'에 대한 부정적 어감 때문에 차별하면 안 될 것 같은데도 현실은 사람을 차별하는 아이들이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부모가 모르거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은 "네"라고 답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례가 꽤 많다. 복도에 줄을 설 때 따돌림을 당하는 어떤 아이 뒤엔 자녀가 안 서려고 한다면, 또는 교내 식당에서 그 애랑 마주 앉아 밥을 먹게 되면 인상 쓰거나 불편한 말을 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애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 애를 다른 애와 다르게 대한다면 그건 '사람 존중'이 아니라 '사람 차별'이 맞다.
머리로는 무엇이 '바른지' 알지만, 실제 말과 행동은 '바르지 않은'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 패턴이 되는 경우다. 확고한 기준 없이 기분 대로, 하던 대로 반복된다면 '인격'으로 굳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격적 '이중성'은 학력과 상관없이 작동한다. 많이 배운 사람도 사람에 따라 약점을 이용하는 등 교묘하게 '달리 대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학업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자녀의 인성과 그 기준에 대해 어릴 때부터 '반듯한 기준'을 갖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자녀가 다니는 학급은 하나의 작은 사회다. 여기에는 갈등과 대립, 협력과 나눔 등 어른 사회 못지않은 '현실'이 있다. '사람 존중' 실천이 쉽진 않다. 차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있고, 상대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등 자신의 부당한 행위를 변명 내지 합리화하기도 한다. 차별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때그때 다르다면 문제가 크다. 사람에 따라 자기감정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한다면 이는 일관성이 없고 '사람 존중'이 뭔지 모르는, 아니면 생각과 말과 행동이 따로따로 노는 그야말로 '이중적인' 행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누구는 이를 사람의 본성이라 할지 모른다. 반 친구를 흉보고 비하하는 아이가 자정능력을 잃고 굳어진 '인식 틀'로 성인이 돼서도 패턴으로 반복하게 된다면 주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이런데도 본성 탓만 할까? 누구는 비도덕적인 언행이 만연하는 분위기 탓으로 돌리려 하지만, 환경 탓 남 탓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사람 존중'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철칙이다. 어설픈 합리화는 인격적 '이중성'을 방치할 뿐이다. '바른 인성'은 자녀에게 큰 힘이 되는 '자산'이나 마찬가지다. 부모가 이를 지원하는 건 마땅하지 않을까?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