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행정체제 바뀌면 무엇이 좋아집니까?

[김성훈의 백록담] 행정체제 바뀌면 무엇이 좋아집니까?
  • 입력 : 2024. 01.29(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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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금으로부터 약 스무해전의 일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 제주의 행정체제를 바꾸려는 일로 제주섬이 시끌시끌했다. 2005년 주민투표를 거쳐 이듬해 4개 시·군체제가 지금의 제주특별자치도 체제로 이어져오고 있다. 4개 시·군체제 당시 남제주군에 이어 구조개편 후 행정시였던 제주시를 연이어 출입했던 터라 당시 도민사회 분위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행정의 효율성, 주민자치 후퇴 등등 체제개편에 따른 장단점을 두고 각계각층 전문가들은 서로가 이른바 '쉴드'를 쳤다. 그럼에도 일반 도민들은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 좋아지나요?". 수십 년 이어져온 행정의 뼈대가 바뀜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하며 그 변화는 긍정적이냐 하는 근본 물음이다. 바뀐 행정체제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몸에 밴 채 지금껏 흘러왔지만 무엇이 좋아졌는지는 단언치 못하겠다.

18년이 흐른 지금 제주사회가 또 시끄럽다. 이번엔 이전처럼 돌아가자고 한다. 여러 의견이 모아진 끝에 나온 것은 3개 행정구역 안이다. 현재 전개되는 과정을 감안하면 또다시 주민투표를 거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제주도가 최상의 행정체제를 만들기 위해 여러번 경청회를 가졌다. 그때마다 나온 도민들의 공통된 목소리가 있다. "달라지면 무엇이 좋아지나요?"다. 어떤 제도이든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러한 장단점은 이해관계로 연결되고 때론 갈등으로 표출되곤 한다. 그런 갈등을 막거나 최소화하는 게 행정의 책임이고 능력이다.

고작 70만명에 불과한 사람이 살지만 이곳 제주는 언제부턴가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제2공항 건설 같은 굵직한 사안을 거론한 필요도 없다. 개발과 보전이 부딪치며 주민 간 갈등이 표출돼 '괸당'이던 마을 공동체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곳이 적지 않으며 현재진행형인 곳이 수두룩하다.

2005년 당시도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바꾸자는 '혁신안'과 현행대로 두자는 '점진안'이 맞붙으며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촉발됐음이다. 다시 바꿔보려는 행정체제 개편, 많은 도민들이 물음을 던지는데 꼭 지금이어야 하는가다. 지방분권이 시대 흐름임을 감안하면 돌아가야 할 명분이 없진 않지만 지금은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빚어지는 민생현안 해결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월급쟁이들의 소득은 만년 전국 꼴찌이고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은 자기 집 마련을 포기하고 일자리 부족으로 젊은층의 탈제주가 이어지는 등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이 폭발지경인 이 시기에 꼭 몰아붙여야 하는점이다. 새 행정체제에 걸맞은 행정기관 위치는 물론이며 구역 조정 등등 앞으로 우려되는 갈등 촉매제도 한둘이 아니다. 부활한 기초자치의회 선거 과정에 촉발될 지역주민 간 갈등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행정은 무엇을 하든, 그 최선은 당연히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앞으로 이러저러한 것들이 좋아집니다"고 자신 있게 밝히고 말할 수 있을 때 행정체제 개편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터다. 행정의 책임과 능력을 기대해 본다.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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