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안전한 도시로 가는 길

[한라칼럼] 안전한 도시로 가는 길
  • 입력 : 2022. 06.21(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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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초여름 오후 5시

제주소방안전본부 119상황실에 제주도 서부지역에 위치한 고산리 가정집에서 집주인 60세 남자가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근에 있던 119구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긴박하게 출동해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심장정지 환자로 판단해 능숙하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동시에 자동제세동기를 작동해 환자가 소생하자 제주시 연동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지난 2월부터 제주교통방송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시간 긴급환자 이동상황실에 연락하자 119차량 이동상황이 방송되고 차량들이 긴급자동차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길 터주기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상습정체구간인 평화로 입구인 무수천 사거리에서 노형로터리까지 거리는 6.6㎞, 짧은 거리지만 차량들이 긴급자동차를 위해 길을 터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소방대원들은 곡예운전을 하며 병원에 도착하기는 했다.

상황2-피서철 오후 4시30분

119상황실, 제주시 동부지역 구좌읍 월정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던 40대 주부가 바다에 빠져 호흡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양경찰 구급대원이 알려왔다. 현장에 도착해 119구급대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10분 동안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를 작동했으나 소생되지 않자 환자를 119구급차량으로 옮겨 제주시내에 있는 가까운 병원으로 출발했다. 구급차 안에 있는 자동심장 압박기를 작동하는 동시에 이동경로 방송을 요청해 이동경로가 실시간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월정리에서 함덕 우회도로를 운행하며 구급차량 이동상황을 들은 차량들은 길 터주기가 이뤄졌지만 제주시내로 들어오면서 퇴근시간과 맞물리자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두 가지 상황이 실제가 아니지만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두 환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환자가 빠른 시간에 병원에 도착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제주에는 심장정지 환자를 위한 전문치료센터와 교통사고 등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 그리고 닥터헬기까지 확보되고 있지만 환자를 지체 없이 병원으로 이송하는 긴급교통체계는 사실상 없다. 도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만일 꽉 막힌 퇴근시간에 교통신호기 작동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선제적으로 운영하면서 119구급차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긴급교통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긴급차량을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는 데는 이제 도민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조금 불편해도 우리 모두가 당사자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체계를 갖추는 것은 각종 재난이나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재난현장으로 출동함으로써 위급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제는 고민이 아니라 실행에 들어갈 때다. <송창우 제주교통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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