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품 트레킹 제주섬의 길을 묻다(6)]제1부 명품 트레킹을 찾아서-3.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세계의 명품 트레킹 제주섬의 길을 묻다(6)]제1부 명품 트레킹을 찾아서-3.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원주민 '영혼의 안식처'… 4000m 정상부 거친 바위산
  • 입력 : 2017. 03.15(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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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최고봉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4095m).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정상부는 넓고 평평한 화강암 지대에 거친 바위산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여명이 떠난 자리에는 붉은 태양이 나타나 깨끗한 햇살을 정상부 봉우리들에 비춘다. 그 모습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다.

보르네오섬 북쪽 끝 말레이시아령
생물종 다양성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자연 힘 느껴지는 고립된 열대섬
4095m 키나발루산 동남아 최고봉
트레커 잊지못할 스릴 추억 선사
일출 비친 정상 봉우리들 환상적


울창한 원시림과 짙고 푸른 바다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의 낭만적인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3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보르네오섬 북쪽 끝 말레이시아 사바 주의 주도(州都)이다. 키나발루 공원에는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 산(Mount Kinabalu, 4095m)이 우뚝 솟아 있다. 고립된 열대섬이 빚어낸 대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땅이다.

키나발루는 2000년 국립공원 전체가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키나발루 유산 지역은 다양한 생물상과 높은 고유도를 지니고 있다. 열대 삼림에서 고산대 환경까지 고도와 기후의 점진적 변화는 가파른 지형, 다양한 지질과 빈번한 기후 변화와 결합하여 새로운 종이 분화하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한다. 이 공원은 꽃이 피어서 열매가 열리고 씨가 생기는 모든 현화식물과(科)의 절반 이상이 출현할 정도로 높은 생물 다양성을 보유한다. 보르네오의 포유류, 조류, 양서류, 멸종 우려종이나 취약종인 무척추동물의 대부분은 이 공원에서 발견된다. 동남아시아 생물종 다양성의 중심지라 할만 하다.

말레이시아 키나바루 트레킹은 가슴 벅찬 4000m급 감동의 스릴과 추억을 선사한다. 키나발루산은 산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에는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선 관광지이다. 키나발루산은 산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공원이다. 코타키나발루가 다른 휴양지에 비해 특별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동남아시아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키나발루산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영혼의 안식처라며 원주민들에게 숭배받아 온 영산으로, 이 지역 사람들에게 키나발루산은 특별하다.

트레커들이 머무는 산장. 이곳에서 쪽잠을 자다 새벽 2시30분에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일년 내내 더운 날씨를 보이는 시내와 달리 이곳에 도착하면 서늘한 기온이 몸을 감싼다. 웅장한 산이라고 해서 오르기 어려울 것 같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도전해볼만한 코스다. 쉼터와 식수대, 산장,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다.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른 새벽 등산을 시작해 일출을 보는 코스는 키나발루산만이 가진 독특한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감동 그 자체다.

키나발루산 산행은 꼬박 1박2일의 여정이다. 거리로 따지면 왕복 20㎞도 안되지만 반드시 하룻밤을 산장에서 지내며 고산증에 적응해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고산에서는 느긋함을 배워야 한다. 가까운 리조트에서 차로 이동후 팀포혼 게이트(1866m)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여기에서 현지 산악 가이드를 배정받는다. 팀포혼 게이트에서 정상까지는 약 8.5㎞. 등산로에는 거의 500m마다 거리표시가 있으며, 1~2㎞마다 쉼터와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연중, 하루에도 한두차례 비가 내리기 때문에 크고작은 폭포가 트레커들을 반긴다.

키나발루산의 해발 3500m 이하는 사계절 밀림인 열대우림지대다.

라양라양 휴게소(2500m)에서 샌드위치로 중식 후 6㎞ 지점에 있는 라반라타(3273m) 산장까지가 첫날 산행이다.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키나발루산의 해발 3500m 이하는 사계절 밀림인 열대우림지대다. 하룻밤을 지내는 산장은 다국적 공간이다. 키나발루산의 세계적 명소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일행 중 일부는 이미 고산증세를 보인다. 정상 산행이 시작되는 새벽까지 두통으로 밤새 잠을 설친 동료도 있다.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졌다.

새벽 2시30분. 밤새 괴롭히던 고산증은 어느새 사라지고 라반라타 산장을 출발, 정상으로 향한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칠흑같이 깜깜한 밤을 가르며 나아간다. 희박해진 산소와 가파른 오름길, 로프에 의지해야 하는 난코스다. 비바람까지 트레커들을 괴롭힌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나무계단과 돌계단, 화강암 골짜기를 오르기를 4시간쯤 흘렀을까. 드디어 정상이다. 어느새 여명이 서서히 다가선다. 여기가 바로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산' 정상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산을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키나발루의 정상은 기상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어떤 사람도 아름다운 키나발루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없다.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진다. 정상부는 넓고 평평한 화강암 지대다. 150만년 전 땅 속에 있던 화강암이 지표를 뚫고 솟아 오르기 시작해 형성된 것이 지금 거친 바위 투성이인 키나발루 산이라고 한다. 푸르스름한 여명이 떠난 자리에는 붉은 태양이 나타나 깨끗한 햇살을 정상부 봉우리들에 비춘다. 점점 더 해가 달아오를수록 화강암은 어둠 속에 숨겨 놓았던 독특한 비경을 하나둘씩 보여준다. 정상 하산길은 아찔하다. 깜깜한 새벽에 어떻게 이토록 가파른 화강암지대를 올라왔을까.

카다잔족은 죽은 자의 혼이 산꼭대기에 살고 있으며 정상 부근 바위에 자라는 이끼는 선조의 혼들이 먹는 식량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도 이들은 매년 정상 부근에서 조상들의 혼을 달래는 의식을 열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키나발루산 꼭대기에서 또 다른 삶을 산다고 알려진 전설의 산. 키나발루는 지상의 또 다른 낙원이다. <글.사진=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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