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걸린 24년차 학교 영양사… 산재 첫 인정

폐암 걸린 24년차 학교 영양사… 산재 첫 인정
법원 "주업무 외 튀김·볶음 조리도 하루 2~4시간 장시간 병행"
전문의 "고온 조리시 발생 '조리흄' 노출… 발병 영향" 의견도
  • 입력 : 2025. 08.19(화) 11:33  수정 : 2025. 08. 21(목) 08:54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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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지난 4월 15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제공

[한라일보] 장기간 학교급식 과정에서 조리업무를 병행하다 폐암에 걸린 영양사에 대한 산업재해가 처음으로 인정됐다. 조리사가 아닌 영양사에게 폐암 발병으로 산재가 인정된 것으로 전국 첫 사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문지용 판사는 최근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97년부터 제주도 내 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2022년 폐암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인 2023년 3월 폐암 수술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영양사의 주 업무는 조리가 아니기 때문에 발암물질인 '조리 흄'(고온의 튀김 등 조리 과정에서 발생)에 대한 노출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약 1년 6개월의 소송 끝에 이달 초 1심에서 승소했고,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에서 항소하지 않아 최근 소송 결과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A씨가 근무했던 일부 학교의 장들과 A씨와 근무했던 사람들이 '조리인력 부족 또는 조리실무사 경험 부족 등으로 A씨가 조리업무를 상당 시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이를 종합하면 A씨는 영양사의 주 업무 외에 조리업무도 하루 최소 2~4시간 동안 수행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의하면, 법원은 영양사로서의 직무뿐만 아니라 작업환경과 조리방법 등 발병 원인에 대한 점도 들여다봤다. 영양사로서 튀김이니 볶음 요리가 나올 때마다 온도를 체크했고, 작업환경도 과거에는 전처리실, 세척실, 조리실이 분리되지 않은 데다 방진·방충시설이 잘 돼 있지 않아 창문을 열면 먼지와 벌레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실제 A씨가 L학교 근무 당시 연간 튀김건수 80건, 볶음건수 210건, 조림건수 60건, 구이건수 100건으로 적지 않았다. C학교에서도 연간 튀김건수 70건, 볶음건수 50건, 조림건수 32건, 구이건수 30건 등에 이른다.

이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이 A씨가 근무했던 학교들을 방문해 재직 중인 영양사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조리인원 부족 등으로 영양사가 조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고, 최근 환기시설을 개선한 학교도 이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판결에는 영양사라도 조리사와 동일하게 튀김·볶음 등의 조리업무에 장기간 관여했다면 '조리 흄'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는 호흡기내과 전문의의 판단도 고려됐다. 'A씨가 환기가 잘 되지 않은 조리실에서 조리실무사와 함께 하루 최소 3시간 이상 조리업무를 거의 매일 장기간 수행했다면 '조리 흄' 노출이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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