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교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코로나19는 우연히 발생한 질병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80억에 달하는 세계 인구 중 상당수가 인간들로 빼곡한 도시에 살고, 그 모두가 빠른 항공 여행으로 서로 연결되는 이 세계는 폐 바이러스가 전파될 기회를 무수히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이미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신종 질환이 밀려들었다. 2008년에 학자들은 1960년에서 2004년 사이에 새로 출현한 인간 질환이 335개나 되고, 그중 대부분이 동물에서 유래된 질환이라고 확인했다. 그 병명은 알파벳의 시작부터 끝까지 채우고도 남을 정도이며 잠재적으로 위험한 병원균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병 여부가 아닌 그 시기가 문제다.
만성 비상사태의 시대에 살고 있으나 우리 사회엔 집단 발병과 더불어 집단 망각이 만연하다. 미생물이 한 번씩 도전할 때마다 국내외에서 민간 가릴 것 없이 부산스럽게 움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코로나19가 초기에 확산된 배경 역시 "감시할 파수병도 자리에서 물러나고 국제 사회도 잠든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우리가 우리 문명을 보호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과학 연구 매진, 의료 기반 시설 개선, 국제 사회의 긴밀한 공조, 생물다양성 보호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휩쓸고 간 다음에 찾아들 불확실성의 장기화, 일자리 손실, 심리적 고통과 같은 2차 유행병이 돌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미경·홍수연 옮김. 문학사상. 2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