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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청년과 노년의 어디쯤… 그안에 깃든 환함
황인숙 산문집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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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의 황인숙 시인은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남산마을 해방촌에 30년 넘게 살고 있다. 이즈음 드물게 남은 옛날 시장의 구조와 형태가 젊은이들에게 '핫한' 곳으로 소문나면서 공방이나 카페가 생겨났고 마을 방문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옥탑방 시인의 일상은 달라질 게 없다.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틈틈이 시를 짓는다. 그동안 써온 산문을 모아놓은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에 그 나날들이 있다.

고양이 그림이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산문집은 시인이 해방촌 사람들과 부대끼며 겪는 이야기,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 나이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사유한 것들이 담겼다. 시인은 밝든 어둡든 슬프든 그 안에 깃든 환함을 찾아내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시인의 마을엔 평균 연령 75세쯤인 여인들이 둘러앉아 떡이나 과일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떠는 짧은 계단이 있다. 좌우로 평평한 골목을 거느린 계단에 모여 종종 남의 흉을 보는 그들이지만 92세 아주머니를 살갑게 "언니"라고 부르는 걸 보면 시인은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삼색 고양이, 노란 고양이, 회색 고양이 등으로 기억했던 길고양이들이 어느날 행방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지는 장면에선 서늘한 도시의 삶이 읽힌다.

청년과 노년의 어디쯤에 있는 친구가 중학교 급식 조리보조원으로 취직하면서 겪은 일화도 꺼내놓았다. 취업 면접관이 시인보다 나이어린 그 친구에게 던진 말은 이랬다. "집에서 쉬어도 힘들 나이인데, 일할 수 있겠어요?" 시인은 "이 야만의 시대에 가난한 노년을 맞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필경 우리보다 나을 것 없는 노년을 맞을 듯한 수많은 오늘날의 청년들은?"이라고 묻는다. 그가 '오늘 청춘들'에게 띄우는 문장은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인 모두를 향한 말 같다. "세상에 지지 말기를! 뻔뻔스러울 정도로 떳떳하기를!" 달. 1만4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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