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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우의 한라칼럼] 콩잎과 노루 이야기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05.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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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바람 부는 날이 꽤 많은 것 같다. 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몰아치기도 했고,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도 태풍 급 바람이 거셌다. 이제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도 군데군데 쓰러졌다. 맨땅에서 농사를 짓는 나로서는 날씨를 관장하는 하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농사는 단순하다. 한 해를 펼쳐놓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2~3년 심지어 5년 정도 돼야 수확하는 농사를 짓는 나는 2년 전부터 우영밭 수준에서 먹거리를 재배하고 있다. 오이와 수박, 물외와 청양고추, 가지와 토마토 묘종을 5그루에서 10그루 정도를 심는 정도니 아마추어다. 면적을 크게 하는 프로농부보다 일손이 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다른 작물들은 그런대로 우리 식구가 먹을 만큼 재배가 가능하데 문제는 콩이었다. 콩잎 쌈을 해먹을 요량이었다. 여름철 밥상에 오른 물기가 가득한 푸른 콩잎에 밥 한 숟가락을 올리고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잘게 송송 썬 푸른 고추가 들어간 자리젓이나 멜젓과 함께 먹는 그 맛, 입안에 비릿하게 퍼지는 콩잎 냄새와 젓갈과 밥이 어우러져 여름철 포만감과 행복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지난해 콩을 심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초대받지 않은 ‘훼방꾼’들이 밭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꿩이 달려들어 뿌린 콩을 먹고 떡잎이 올라오자 멧비둘기가 훼방을 놓았다. 겨우 몇 그루 남지 않은 콩이 싹을 겨우 올려서 콩잎을 따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줄기만 남겨두고 이파리가 사라졌다. 노루였다. 내일이면 콩잎을 무척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쌈을 싸기 위해 젓갈까지 준비했는데. 그것이 뭐 대수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은 기다림만큼 허탈감도 컸다. 야속했다. 이런 연유로 올해는 꿩과 멧비둘기를 원망하지 않기 위해 묘종을 기르는 포트에 콩을 파종하고 떡잎이 나고 새순이 돋아났을 때까지 키워서 사람과 차량이 종종 다니는 밭에 모종으로 심었다. 노루 망을 치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콩잎을 먹기 위해 손바닥만큼 좁은 공간에 그물을 치는 것도 남사스러운 일이어서 노루가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이파리가 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왜 노루가 이처럼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우리 부모님이 콩이나 보리를 심어 한 해를 살아가던 당시에도 노루는 분명히 있었겠지만 그들 때문에 농사를 망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노루들은 콩을 심은 밭까지 내려오지 않아도 충분히 먹을거리가 널려 있었고, 그들이 숨을 만한 숲과 곶자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살아가는 야생을 파헤쳐 개발하고, 아파트와 빌라를 짓고, 도로를 넓혔다. 그러는 사이 노루는 살 공간을 잃어버렸고, 도로를 건너다가 차에 치어죽기도 한다.

숲과 곶자왈 파괴는 봄철에 태풍 수준의 세찬 바람이 불고, 몇 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현상이 나타나고, 그러다가 물 폭탄을 쏟아 붓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말은 너무 비약일까. 노루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서식지가 사라지자 우리가 사는 근처로 오면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바이러스 사태도 비롯됐다는 것 역시 제주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송창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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