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코로나19 소개 명령 한달…갈곳 잃은 환자

제주 코로나19 소개 명령 한달…갈곳 잃은 환자
3곳 병원, 일반 병실 비워 코로나19 환자 전용 464병상 마련
출산 임산부 병실 없어 집으로… 수술 앞둔 환자 응급실 대기
  • 입력 : 2020. 04.09(목) 14:5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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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국·공립병원장 간담회, 일부병원 전용병상 축소 요청할 듯

지역 내 대규모 감염 사태에 대비해 일반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으로 비워두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병원마다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제때 입원 치료를 못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대학교병원, 서귀포의료원, 제주의료원 등 3곳 국·공립병원장은 오는 10일 제주도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 운영 이후 나타난 경영상의 어려움과 일반 환자 입원 지연 문제 등을 토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일부 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전용 병상 수를 줄여달라고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3곳 병원은 지난 3월2일 464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으로 전환했다. 앞서 제주도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던 지난 2월말 지역 내 대규모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들 병원에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을 확보하라는 내용의 소개(疏開) 명령을 내렸다.

 제주대병원은 전체 660병상 중 110병상(16.6%), 서귀포의료원은 240병상 중 147병상(61.2%), 제주의료원은 요양병원을 제외한 일반병원 전체 병상인 207병상(100%)을 코로나19 환자 전용으로 비웠다. 다행히 지역 내 대규모 감염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개 명령 이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기존 병상을 비우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전용병상을 확보하다보니 일반 병상이 부족해 일반 환자들은 제때 입원 치료를 못받고 있다. 서귀포의료원에서는 출산을 한 임산부가 병실이 없어 분만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이튿날 집에 돌아가기도 했다. 수술을 앞둔 환자가 입원할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병원들은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진환자는 1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특히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환자 전용으로 전환한 제주의료원은 사실상 수입이 전부 끊긴 상태다. 김광식 제주의료원장은 "나중에 국가가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 운영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준다고는 하지만 언제 지원금이 나올지 알 수 없다"며 "그때 그때 수입이 있어야 월급을 줄 수 있는데 지금은 수입이 전부 끊겼기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상식 서귀포의료원장은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 전환 이후 매주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 사실에 안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느슨해진다면 언제든지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 전용병상을 일반 병상으로 되돌리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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