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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신의 하루를 시작하며] 저 개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10.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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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하 수상하여, 연일 폭우로 쏟아지는 가을장마가 그렇게 길었던 것일까? 세월이 하 수상도하여, 그토록 집요하게 가을태풍은 기승을 부렸던 것일까? 그 태풍 그 물난리로, 수확을 앞둔 비닐하우스가 뒤집히고, 농작물이 유실되는 등 연이은 크고 작은 사고로 가슴 무너진 농가가 어디 한둘인가. 그 지치고 멍든 농심을 차마 어찌할 것이랴.

쓰러지면 일어서라, 또 쓰러지면 또 일어서라는 게 하늘의 뜻이지만, 고비 고비 끝없는 그 고비를 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허망이거나 허탈이거나 이젠, 훌훌 털고 일어나야할 때이다. 가슴을 확 열고 멀리 들녘을 보라. 끝없이 펼쳐진 귤나무들, 붉게 물드는 그 열매들, 그래도 마음은 풍요 아닌가. 진력을 다한 여름이었기에, 이 가을이 더 그러하다.

올 마무리소독 다 끝낸 육묘장도, 그 긴 여정의 가쁜 숨을 고른다. 고추잠자리 몇 한가로이 떠 흐르는, 가을들녘은 비로소 평온이다.

우리 농장에는 개 두 마리가 있다. 평시에는 장난치며 다정하게 잘 지낸다. 그러나 먹을 것 앞에선 꼭 으르렁 거려, 여차하면 안면몰수 물어뜯는 것이다. 작은 개가 언제나 당한다. 속수무책, 비명 지르며 절뚝거리며 간신히 도망친다. 큰 놈이 배불리 먹고 자리를 뜬 후에야, 눈치껏 기어 나와 남은 것 있으면 주워 먹으며 어찌어찌 연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굽실굽실 아양 떨며 큰 놈에 빌붙어 살아간다. 달리 방법이 없는 것, 다음 먹을 때까지의 짧은 그 어간을 감지덕지, 평화라 여기며.

본래, 그 작은 개의 형제를 사다가 키웠던 것인데, 탈 없이 오순도순 잘들 살았던 것인데… 어느 새벽, 내 차가 농장으로 오는 걸 알고, 멀리 달려 나와 깡충깡충 반기며 장난치다 순간, 차 밑으로 빨려든 것이다. 그중 크고 똘똘한 놈이 치인 것. 어찌나 애석하던지, 한동안 그 개가 어른거려, 아니 지금도 어른거리곤 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긴 건 그 한참 후, 개를 한 마리 더 사오면서 부터다. 나이는 어리지만 몸집은 더 큰 놈이다. 이게, 농장에서 자리 잡으며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인생선배 농장고참을 무시로 물어뜯는 것이다. 수틀리면, 언제든 물려 죽을 수도 있는 게 작은 개의 운명이다. 어쩌면 이게, 불길하게도, 핵무장한 정은이에게 당하는 우리 후손들의 일만 같아 소름이 돋는다. 어떤 일이든, 어느 상대든, 힘이 대등할 때 말발이 선다, 경우가 통한다. 힘에 밀리면, 결국 저 작은 개처럼 되는 것, 그 상대가 무지막지한 정은이 임에랴.

우리가 저 작은 개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이것저것 좌고우면 눈치코치 큰 머리 잔 머리 굴릴 것도 없이, 그냥 힘을 길러야한다. 기필코 힘의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정은이의 핵에는 우리도 핵! 방법은 그뿐이다. 말해보라, 달리 길이 있는가? 정은이에게 자비를 빌어? 차라리, 큰개에게 제 버릇 고치라고 빌지. 외교든 동맹이든 나발통이든 결론은 힘의 문제, 힘이 없으면, 끝내 살벌한 정글의 법칙이 있을 뿐이다. 처절히 저 작은 개꼴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강문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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