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4) 전남 대모도 해녀

[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4) 전남 대모도 해녀
섬 떠나 향한 또 다른 섬에서 이어가는 물질 인생
  • 입력 : 2019. 09.18(수)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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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해녀 현재 10명 남아
실제 물질 가능한 인원 9명뿐
경제적 여건 떠나 공동체 형성
어촌계와 함께 어장 회복 노력


청산도 서쪽에 있는 섬으로 알려진 대모도. 완도군 청산면에 딸린 섬으로 띠(모초·茅草)가 많아 띠섬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는 수십 년 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제주를 떠나 타지에서 물질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제주출신 해녀들의 물질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질에 나선 대모도 해녀

특히 대모도 해녀들은 경제적 여건을 떠나 힘든 일은 서로 도와가며 물질에 나서는 등 주민들과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해 대모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취재팀은 지난 7월 5일 청산도 도청항에서 배를 이용해 대모도로 향했다. 청산도를 출발한 배가 40여분쯤 지나 대모도 모서리 선착장에 도착했고, 취재팀은 배에서 내린 뒤 곧바로 해녀들과 만났다.

이날 해녀들은 모서리 선착장 인근 바다에서 물질에 나섰다. 취재팀은 수중 장비를 착용하고 해녀들을 따라 대모도의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바다로 나간 해녀들은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물질을 이어갔다.

파도가 조금 높게 일었지만 해녀들은 수준 높은 물질 실력을 자랑하며 대모도의 바닷속을 누볐다. 그렇게 2시간가량 대모도 바다에서 물질을 이어가던 해녀들은 선착장으로 나와 휴식을 취했다.

이곳 해녀들에 따르면 대모도에는 40여년 전 쯤 처음으로 제주출신 해녀들의 정착이 이뤄졌다. 당시 50여명이 넘는 제주출신 해녀들이 대모도를 찾는 등 인근 섬인 청산도 못지않게 제주출신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섬이었다. 그렇지만 고령화를 겪는 등의 어려움으로 현재는 조정히(65·하도), 암봉순(67·종달), 강공산(69·온평), 조정숙(61·하도), 강금난(65·하도), 김순심(63·내도), 강옥희(60·표선읍 가마리), 김순덕(74·온평리), 이영아(64·하도), 김연하(86·성산읍 수산리) 할머니 등 10명만 대모도에 남아있다. 여기서 실제로 물질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은 9명이다. 김연하 할머니는 수 년 전 해녀를 은퇴한 뒤 대모도에 남아 노후를 보내고 있다.

대모도의 해녀들

물질에 나서는 대모도 해녀들은 한 달에 많게는 15일가량 대모도 어촌계 공동어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전복, 소라, 멍게, 성게 등을 잡으면 대모도 어촌계에서 해산물을 배에 실어 읍내로 나가 판매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어촌계가 5.5를, 해녀가 4.5로 나누는데 대모도 어촌계는 해녀에게서 받은 해산물을 판매하는 단계의 모든 경비를 지불하고 있다.

대모도 모서리 선착장 전경.

대모도 해녀들은 "10㎝ 미만의 전복은 잡지 않는 등 마을 어촌계와 공동으로 마을 어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고 자연산 전복이 정말 많이 났지만 최근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연산 전복이 급감하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취재 도중 해녀들은 제주에서 대모도까지 방문한 취재팀이 반가웠던지 맛을 보라며 이날 잡은 전복과 소라 등을 썰어 접시에 담아 취재팀에 내놓았다. 자연산이라는 말에 평소 먹던 전복과 소라보다 맛과 향이 더 풍미로웠다.

대모도 전경.

해녀들은 "이곳에서 나는 해산물은 바다의 뻘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해산물보다 맛이 더 좋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하루빨리 어장 환경이 회복돼 대모도의 좋은 해산물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지금의 대모도 해녀들이 대모도의 마지막 해녀가 될 것 같다"면서 "고령화를 겪으며 매년 해녀가 줄고 있는데, 섬에서 육지로 나가 병원을 가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병원비라도 조금이나마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해녀들이 잡은 자연산 전복.

한편 대모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100여가구가 거주하는 청정 섬이다. 또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천혜의 자연 풍광을 지니고 있어 더없이 좋은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이태윤기자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이태윤기자

▶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장,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오하준 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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