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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16)현길언 소설 '용마의 꿈'
“날개달린 장수… 언젠가 다시 오리”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8.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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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심에 복원된 제주목관아 전경. '용마의 꿈' 속 불면의 제주목사는 한시라도 빨리 '절해고도'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파도소리에 잠못드는 목사
진상품인 귤나무 벤 강좌수
지배이데올로기 대응 전설

제주 바람은 뭍에서 온 벼슬아치를 깨웠다. 섬에 발디딘 이들에게 제주는 더 이상 '신선의 땅'이 아니었다. "며칠째 불어대는 진눈깨비 섞인 높새바람이 타관에 와있는 목사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던 요 며칠이었다. 더구나 밤마다 머리맡과 맞닿아 있는 갯가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물결에 씻겨 내려가는 자갈 소리에 며칠은 불면에 시달리던 참이었다."

1983년 '제주문학'에 발표됐고 이듬해 표제작으로 올린 창작집에 묶인 현길언 소설 '용마(龍馬)의 꿈'의 도입부다. '열전(列傳)·3'으로 쓰여진 소설은 기생이 따라주는 술잔을 기울이며 '객고'를 풀려는 제주목사 앞에 호방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하해 같은 성은에 덕입어 절해고도인 제주목에'에 자리를 얻은 목사는 좀처럼 낯선 땅과 친숙해지질 않았다. 그 앞에 호방이 가져온 소식은 머리를 어찔하게 했다. 대정 고을 창고내에 사는 강좌수의 감귤원에 진상용으로 기르던 감귤나무가 몽땅 잘려나갔다는 거였다.

제주사람에게 과수나무 재배는 천생의 죄를 짓는 일이었다. 귤이 매달려 있을 6월쯤 관가에서 직접 나가 일일이 헤아렸다가 겨울이 되면 그 수만큼 거둬들였다. 수대로 바치질 않으면 한 개마다 볼기 한 대를 맞거나 돈 한 냥씩을 내야 했다. 바람에 떨어지거나 새가 쪼아먹어 버리는 게 부지기수건만 예외는 없었다.

강좌수는 감귤 진상에 따른 제주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러 나무를 베어냈다. 무사히 임기를 채우고 다시 제주바다를 건너길 고대하는 목사에게 '섬것' 강좌수는 걸림돌이었다.

더 중한 죄로 강좌수를 척결할 기회를 노리던 제주목사에게 소문이 들려온다. 그 집터가 '왕후지지(王候之地)'이고 강좌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았다는 내용이다. 목사는 반역할 인물이라며 강좌수의 몸에 불을 지지는 등 포악하게 신문한다. 끝내 그는 숨이 끊겼고 식구들은 대정 고을 노비가 된다.

소설은 "내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죽기까지 밥 한 끼 배부르게 먹지 못하고 살아갈 이 섬 백성들이 불쌍할 따름"이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친 강좌수가 창고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불멸의 존재가 되는 걸로 그려진다. 창고내 사람들은 언젠가 강좌수의 아들이 용마를 타고 와서 구원해줄 거라 믿는다.

'용마의 꿈'은 당대의 사회 모순에 맞서다 몰락한 '날개달린 장수'를 보여준다. 그걸 실패로 봐야 할까. 현길언은 제주 전설 속 아기장수들이 현실의 완강한 힘에 의해 장사로 변신해 살아가든, 장수의 본 모습을 유지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다 좌절하든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대응극복의 자세를 형상화('제주문화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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