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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소감·심사평] 최정희 '나이테를 읽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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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온통 흔들림의 기억으로 남는가

나무의 가슴은 소용돌이로 어지럽다

상처를 보듬어 안은 강물의 파문처럼



안으로 삭혀 삼킨 울음의 무늬인지

밖으로 밀어냈던 몸부림의 흔적인지

손금의 운명선같이 가지들은 뻗어나가고



빛과 어둠 현실과 이상, 그 삶의 온도차

바람은 언제나 제 안에서 일었다

우듬지 경계를 넘어 푸른 길을 찾는데



현기증으로 사는 일에 멀미가 나는 날엔

발밑의 뿌리들은 따뜻한 흙 움켜잡는다

연둣빛 어린 연어 떼 돌아오는 가지 끝

그림=최현진



[시조 당선소감]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오래 글 쓸 것

당선자 최정희

먼저 당선의 영예를 안겨주신 한라일보와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에 대한 내적 갈등으로 4~5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학원 일이 바빴다는 핑계를 대 보지만 사실, 글에 대한 방향을 잃고 헤맸던 것이 주원인이었습니다.

올해 막내딸이 대학에 입학하고 무엇을 하며 늙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글을 써야 겠다.' 그러나 무뎌진 감성은 쉽게 깨어나지 않았고, 오래 묵혀두었던 시들을 매만지며 감각을 되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다시 쓸 수 있을까.' 내 안에 이는 끝없는 의문부호를 당선이라는 영예로 용기를 불어 넣어주신 한라일보와 심사위원님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어린 날 삶에도 수학처럼 정답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정답을 찾아 수없이 많은 날들을 헤매였고, 정답을 찾지 못해 쓰러져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깨달은 건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정답이 없어 삶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각진 모퉁이를 돌아가면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기에 삶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고, 이제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제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지천명, 나는 아직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지만 불혹을 지나왔음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지만 흔들림이 고통이 아닌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저를 위무합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오래 글을 쓰겠습니다. 남편과 아들 지산, 딸 지인과 기쁨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1967년생 ▷2013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제5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경기도 이천시 거주, 수학학원 강사

[심사평] 서정적 진정성과 신인다운 패기 돋보여

시조시인 오승철, 시조시인 오영호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은 올해로 네 번째라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패기 있고 탄탄한 신인들을 배출해왔다.

응모작의 양과 질도 여느 신춘문예에 뒤지지 않는다.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라온 열두 분의 작품 가운데 조우리의 '각설탕', 조담우의 '설거지 1', 정인숙의 '장 담그기 하는 불혹', 최정희의 '나이테를 읽다' 등 네 편을 두고 논의를 했다. 이들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상 체험에 뿌리를 두고 시적 인식과 상상력의 초월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언어의 징검다리로서 현대시조의 흐름을 타고 있다.

이 중에 '각설탕'은 시상이 신선하고 실험적인 면이 돋보이는 반면 하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부족했다. '설거지 1'은 일상에서 포착된 사물을 미학적 관조를 통해 읽어내는 저력이 있지만, 개성적인 자신만의 목소리가 아쉬웠다.

결국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장 담그기 하는 불혹'과 '나이테를 읽다'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장 담그기 하는 불혹'은 유려한 시적 운율과 이미지로 현대성과 독창성을 갖고 있지만, 설명적인 제목과, 시적 형상화가 덜 된 단어들이 더러 눈에 거슬렸다.

결국 서정적 진정성과 더불어 신인다운 패기가 돋보이는 '나이테를 읽다'를 당선작으로 본심위원들이 기쁘게 합의했다. 특히 넷째 수는 시 전편에 탄탄한 긴장과 탄력을 안겨주면서, 제목의 평이함이나 다소 산만한 시상의 전개를 아우르는 힘이 있는 보기드믄 절창이다. '연둣빛 어린 연어 떼'가 허공의 물살을 가르며 '돌아가는 가지 끝'의 싱싱한 가능성을 믿기로 한다. 당선자의 다른 작품 여러 편도 오래 눈길을 머물게 할 만큼 빼어났음을 밝힌다. 그의 앞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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