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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 인터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평화의 섬 제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거점으로"
서울=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입력 : 2018. 12.31.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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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는… 1951년 제주 출생. 오현고·연세대학교 졸업, 메릴랜드대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동북아시대위원회위원장(2004~2005), 동아시아재단 이사(2005~2017),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2006~2008), Global Asia 편집인(2006~), 연세대 명예특임교수(2016~), 통일외교안보특보(2017년 5월~). 사진=연합뉴스

北 김정은 위원장 답방 질문엔 신중한 낙관론
"북한·미국 양보로 여건 마련할 때 가능 할 것"
"한라산 방문… 정부·도민들의 노력 더해져야"


지난해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 노력에 쏠렸다. 새해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방남과 제주 방문이 성사돼 '백두에서 한라까지'가 실현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라일보는 제주출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와의 신년 특집 인터뷰를 통해 새해 남북·북미 관계를 전망해보고, 한반도 평화시대 제주의 역할을 모색해봤다. 문 특보는 "4·3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제주 출신으로서 남북관계도 대립과 갈등 보다는 화해와 협력, 평화의 시각에서 접근해왔다"며 "제주는 평화의 섬을 더 발전시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거점으로 남과 북을 모두 견인하는 중심고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서 활동해 오신 소회는=2017년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 휴전협정 이후 가장 첨예한 안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해 5월 취임하면서 여러 안보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러한 상황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2018년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고 6월 12일에는 북미 정상회담를 개최했다. 한반도에 한 때 난기류가 되살아나기도 했지만 9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 교착 상태는 타개되고 한반도에는 비핵화와 평화의 기운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1일부터 남과 북은 육상, 해상, 그리고 공중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있다. 현재 교착상태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동안 비핵화와 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일조 했다는 점에서 특보로서 커다란 자긍심을 가져본다.

▶특보의 역할 중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지=특보는 정부의 녹을 받지 않는 비상근 위촉직이다.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자문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책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국내외를 대상으로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외국의 주요 언론 매체에 대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기도 하고 미국의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정책 논쟁을 펴기도 한다. 제 개인적인 견해가 정부 정책으로 채택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남북정상회담에서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어떤 인상을 받았나=지난해 초 모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사한 질문을 받았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합리적이고 사태파악을 비교적 정확히 하는 강단 있는 지도자'라고 본다"는 답변을 했다가 보수 야당과 보수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판문점과 평양에서 지켜 본 김정은 위원장은 비록 젊지만 현안에 대해 밝고, 합리적이며, 결단력이 있는 동시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는 지도자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평양정상회담 목란관 환영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했을 때 김 위원장이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습니까? 이제 퇴행은 없습니다. 성과를 내야합니다" 라는 발언을 두 번씩 했다. 한 번 기대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제재완화 사이 간극이다. 북한은 그간 풍계리 지하핵실험장을 사실상 폐기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부분해체 들어갔으며, 미국의 참관 하에 나머지 부분도 폐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평양공동선언 5조 2항은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에 의거해 상응조치를 취하면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인 영변 핵 시설을 영구폐기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 정도 했으면 미국이 부분적 제재완화 의사를 밝혀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게 북측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단호하다. 핵 시설, 핵연료,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한 제재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신고·사찰 대 종전선언'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북한은 먼저 종전선언과 불가침 조약 등으로 북미 간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관계가 설정돼야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리스트를 신고하고 사찰 및 검증을 받을 수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은 북측이 먼저 리스트를 신고한 뒤 사찰을 진행해야 종전선언 채택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동결-신고-사찰-검증-폐기라는 비핵화의 일반적 공식에 따르면 미국측 주장이 맞다. 그러나 새로운 관계설정 없이 평양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미국과 북한 모두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다. 북한은 가시적인 방식으로 비핵화의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하고 미국도 '완전한 비핵화'에 연연하지 말고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 위원장 답방 시기를 예상한다면.=원래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이 채택되고 난후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하는 것이 순서였다. 그러나 북미 간에 아직 구체적 행보가 없다. 여건 마련 없이 답방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그 자체가 상당한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 오겠지만 북에 가져갈 게 있어야 할 것이다. 가령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구체적인 남북 경협 등이 있어야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 없이 서울 답방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가 없는 한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니 여기에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남북 정상이 한라산을 방문할지도 관심사다. 제주 방문의 의미는='백두에서 한라,' 그리고 '한라에서 백두.' 이게 우리 민족이 생각하는 화합과 통일의 모습 아닐까 싶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와 천지에 갔으니 김정은 위원장이 한라산과 백록담을 방문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경호, 의전 등 여러 변수가 있으니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 도민들이 계속 '김정은 위원장의 제주 방문'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남북미와 주변국 정상회담 제주 개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지난 2005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한 배경에는 제주를 스위스의 제네바와 같이 국제회의 도시로 만들고 제주에서 가급적 더 많은 정상회담이나 각료회담 들을 개최했으면 하는데 있었다. 노태우-고르바쵸브 정상회담(1991) , 김영삼-클린턴 정상회담( 1996), 노무현-고이즈미 정상회담(2004) 등이 대표적 사례다. 요즈음은 그 원래 의도가 퇴색하는 느낌이 든다. 제주도와 도민들이 더 나서서 중앙정부, 특히 청와대와 외교부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한반도 시대, 제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북한의 비핵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남북관계는 다방면에서 폭발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환경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제주가 가시화되면 남과 북 모두의 주민들이 제주로 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제주가 평화의 섬을 더 발전 시켜 나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거점이 될 수 있다면 남북 대화는 물론 동북아의 주요 외교 협상이 제주에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 모두를 견인하는 연 (鳶)의 중심고리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특보로 활동하는데 있어 제주출신이라는 점이 미친 영향은=저는 제주 출신으로 4.3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고 그런 배경에서 평화의 섬 제주와 제주 평화포럼을 처음으로 제안해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제주인으로서 화해, 치유, 상생, 평화라는 가치를 가슴 속에 새겨 왔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 남북관계도 대립과 갈등 보다는 화해와 협력, 평화의 시각에서 접근 한 것 아니었나 생각된다.

▶새해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전망한다면=여러 가지로 어려운 국면이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 일방주의적 태도로는 돌파구 마련이 어렵다. 북측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불가역적인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 역시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조치를 취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이러한 주고받기가 눈앞에서 이뤄질 때라야 북한의 지도자도 군부와 주민을 더욱 효과적으로 설득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을 것이다.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접근방식으로는 대립과 갈등이 있을 뿐이다. 미국이 기존 태도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1, 2월에라도 김정은-트럼프 2차 정상회담이 가능해지고 이는 바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저는 신중한 낙관론을 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새해 소망과 제주도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어렵게 만들어 낸 비핵화와 평화의 모멘텀을 2019년에도 계속 가속화 시켜 나가야 한다. 평화와 비핵화에는 보수와 진보,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 합심해 핵 위협 없는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 제주도민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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