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복 디자이너 이헌씨 "곡선의 美 한복 뿐"

[인터뷰] 한복 디자이너 이헌씨 "곡선의 美 한복 뿐"
어머니 이어 2대째 ‘한국적인 미’ 명맥 이어가
"시대 변화의 흐름 맞춘 디자인을 한복에 접목"
  • 입력 : 2024. 02.08(목) 00:00  수정 : 2024. 02. 09(금) 12:04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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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디자이너 이헌씨.

[한라일보] 한복은 긴 세월 동안 한국의 전통을 담아내며, 우리나라 고유 의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설빔'하면 단연코 한복이었다. 하지만 한복을 설빔으로 입는 문화는 점점 사라졌고, 결혼식 폐백 때마저 드레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줄어든 수요에 맞춰 사라져만 가는 '우리의 것'.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전통을 위해 올해도 정성어린 바느질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복을 제작하는 사람들이다. 올 설을 맞아 실과 바늘로 한국적 미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복 디자이너 이헌(48)씨를 만났다.

"가장 한국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복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죠."

이씨와 한복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이씨가 어릴 적부터 그의 어머니는 고운 원단으로 한복을 만들었고, 다채로운 색상의 수를 놓았다. 이씨의 눈에는 그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한복을 만들고 싶다고 결심한 것이. 그래서 대학도 의상학과로 진학했다. 졸업할 무렵, 한복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면서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한국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일이다'는 생각 아래 한복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온몸으로 사회생활을 배우고 20여년 전 제주로 와서 한복점을 차렸다.

"처음에는 무조건 전통 한복을 고집했어요. 자존심이 있었거든요. 원단도 명주로만. 그랬더니 정말 아무도 안 찾더라고요." 그녀는 직접 만든 한복을 가지고 전국의 각종 박람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손님들은 손을 내저으며 돌아섰다. 전통만을 고집한 탓에 디자인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전통도 찾는 사람이 있어야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그는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에 맞춰서 한복을 만들었다.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읽으면서 유행하는 색, 자수, 모양 등을 과감히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한복의 일상화'를 위해 아이들의 옷에는 면 소재를 도입하고 활동성을 최우선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지금은 마니아 층도 생겼다.

"한복이 정말 예쁘거든요. 이렇게 사람 체형에 맞춰서 곡선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는 옷은 한복밖에 없어요. 이렇게 고운 옷 많이 입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오늘날 한복시장은 큰 위기이다. 과거 설이면 설빔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한복시장은 지금은 한기만 가득하다. 이씨는 이같은 현실에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의 눈에 한복은 곱기만 한 우리 옷이기 때문이다. 이씨가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한복이 빛에 반사되며 아름다움을 뽐냈다. 마치 세계에서 가장 고운 옷은 자기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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