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행정시장 직선, 이건 아니잖은가

[사설] 무늬만 행정시장 직선, 이건 아니잖은가
  • 입력 : 2018. 12.20(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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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시장 직선제 문제는 제주도의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제출한 권고안을 고스란히 도의회로 넘겼다. 정치적 상황 변화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1년 6개월 전의 권고안을 최근에 불쑥 내밀었기 때문이다.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문제는 해를 넘겨서 논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8일 제주도가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상정했으나 심사를 보류했다. 의원들은 격론 끝에 "무늬만 직선제여선 안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은 행개위가 지난해 6월 제주도에 제출한 권고안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날 의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좌남수 의원은 "지사가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한 행정시장 직선제만으로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철남 의원은 "지난 9월 도정질문에서 행정체제 개편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을 때 원희룡 지사는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 어떤 논의 과정도 없이 동의안이 제출됐다"고 꼬집었다. 김황국 의원은 "행정시장 직선제와 권역 재조정은 제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일인데 한달 안에 두 번 여론조사한 것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강성균 위원장도 "행개위가 권고안을 제출한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도민사회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적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행개위는 지난해 권고안을 제출하면서 행정시장 직선제의 의미를 나름 부여한 바 있다. 요체는 임기 보장과 현실적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행정시장의 임기가 아니다. 문제는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장만 선출할 경우 지금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행정시장은 통상 2년 정도 역임하는데 임기를 2년 더 늘리기 위해 직선제로 뽑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제 도내 10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이 자치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을 왜 반대하는지 모르는가. 예산권과 인사권 등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행정시장은 주민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고,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임기만 보장하는 행정시장은 제주도청의 하부 기관장에 불과하다. 직선제 시장과 행정시장을 다 역임했던 분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아직도 회자될 정도다. "행정시장은 도청 과장만도 못하다"고 했다.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가는게 맞다. 문재인 대통령도 행정체제 개편 관련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는데 왜 제주도는 민심을 거스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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