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체 행동·당국 잘못 인정해야"

"사설단체 행동·당국 잘못 인정해야"
[동란의 제주도를 찾아서](하) 4·3 발발 원인
도민 감정 격화… 분화구 같은 험악한 공기
  • 입력 : 2018. 12.12(수) 16:3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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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파견한 토벌대 조속히 돌려보내야

도민 사정 잘 아는 인물로 배치할 것 제안도


제주4·3사건 발생 직후의 제주사회와 도민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호남신문'의 기획기사가 발굴(본보 10일자 5면)된 가운데 본보는 이 기획기사를 토대로 ▷4·3초기 사회 분위기 ▷제주에 대한 인식 ▷4·3 발발 원인 등으로 나눠 비극적인 사건 초기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호남신문은 제주4·3 발생 원인이 간접적으로는 일부 관공리와 사설단체(서북 혹은 대동청년단)의 탈선행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제주도의 실정을 모르는 이들의 도를 넘은 행태가 도민에게는 큰 불만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모모사설단체원들의 불순한 정치적 모략은 순박한 양민까지도 '빨갱이'라는 낙인을 엎어 씌우고 있다고 모 당국자가 말하고 있다"며 "여기에 일부 당국원 및 단체원의 취체(단속)로 도민의 감정을 격화시켜 급기야는 분화구 같은 험악한 공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부 관공리와 사설단체의 탈선행위가 이번 사건의 직접 원인은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간접적 원인은 충분히 되고 있음은 도 당국 최고 책임자도 시인하고 있다"며 "이번 폭동 수습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종합하여 보면 육지에서 파견한 토벌대를 조속히 돌려보내고 민중의 원한이 싸여있는 사설단체의 행동을 시정하는 동시에 과거 일부 당국의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민들의 불만을 파고 들어 남노당 계열의 정치야욕이 암약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틈을 타서 정치야욕을 채우려는 남노당계열의 암약이 개재했으리라는 것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며 "특히 3·1파업사건 이후에는 양민들이 자유스러운 입장에서 안주할 수 없이 수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싸움 속에 애꿎은 도민만 피해를 보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호남신문은 "어떠한 형태로 또 다시 사태가 벌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려우며 남노당계열의 책동이라고 하더라도 왜 민중이 그 책동에 끌려갈 구실을 주게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만약 사태가 더 계속된다면 도민이 죽든지 살든지 두 갈래의 길중에서 어느 것이라도 하나를 취하지 아니하면 안될 최후 운명선에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태를 진정시킬 해결책으로는 "강력한 진압정책을 수행하는 반면에는 사태 유발의 화근을 뿌리채 뽑아버려야 할 것이며 잘못을 넓은 아량으로서 민족이라는 입장에서 부화뇌동한 양민은 무조건 귀순시켜서 교화선도해야 할 것"이라며 "제주도 실정을 모르는 각 기관의 간부 및 직원은 급속히 제주도의 진정을 파악하고 도민과 유리되지 않을 도민 사정을 좀 더 잘 아는 인물을 배치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호남신문은 기획기사 마지막 부분을 제주도 법정에서 만난 한 변호사의 말로 끝을 맺었다.

 "조선이 화약고라는 운명을 짊어지고 섰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나 화약고 안에서는 금연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요 필수조건이다. 딴 사람이 불을 낼까봐 근처에까지 파수를 지켜야 할 형편인데 만일 화약고 안에서 자꾸만 성냥불을 켜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이가 있다면 큰일이다. 적어도 그런 충동에 사로잡힌 듯 한 인상을 준 지도자는 자기 자신을 반성하여 행동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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