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3의 참상' 보고도 국회는 외면할건가

[사설] '4·3의 참상' 보고도 국회는 외면할건가
  • 입력 : 2018. 11.01(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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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왜 질곡의 세월을 보내야 했는가. 반세기 가까이 도민들은 그런 시간을 보냈다. 입 밖에 뻥긋하지도, 맘놓고 털어놓지도 못했다. 너무나 참혹했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이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아예 금기시됐다. 제주4·3의 얘기다. 제주공항 인근에서 발굴된 유해를 통해 4·3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아까지 죽임을 당할 정도로 처참했다. 지난날 국가 권력이 제주4·3을 왜 그토록 감추려고만 했는지 그 답을 주고 있다.

제주4·3 당시 학살돼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제주공항 주변에서 나왔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달 30일 4·3유해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공항과 제주시 도두동에서 현장설명회를 가졌다. 도두동 유해 발굴은 1973년 제주공항 확장공사 때 노출된 유해를 종이에 싸서 오일장 인근 밭에 2차 매장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진행됐다. 유해발굴 추정지는 공항에서 100m 떨어진 곳으로, 굴삭기를 동원해 주변을 정리한 결과 증언내용과 일치하는 둔덕이 발견됐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는 성인 남녀 각각 1구, 10세 초반 아이 1구, 2~3세로 추정되는 유아 1구 등 모두 4구다. 유아의 경우 영구치가 나기도 전에 희생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성인 여성 유해는 두개골·팔·다리 양쪽, 성인 남성은 두개골과 다리뼈 한쪽만 발견됐다. 10대와 유아는 두개골만 확인될 정도다. 발굴 지점은 속칭 돔박곶홈으로 4·3 당시 도두동 주민 150여 명이 희생된 곳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유해들이 앞서 언급한 '동박곶홈'이나 '정뜨르 암매장지'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정뜨르 암매장지의 경우 "비행장 교차로에 차 2~3대가 오더니 애기 우는 소리, 여자들 소리, 누구 부르는 소리가 막 나더니 총소리가 5분 정도 울린 후 사람들 소리도 없어졌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젖먹이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겠는가. 4·3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생생하게 말해준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무고한 수만의 양민들이 학살당했다. 얼마나 많이 죽었으면 정확한 사망자의 통계조차 모르겠는가. 그렇게 많은 도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는데도 정치권은 이들의 아픔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의 법적 근거를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을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4·3특별법이 올해 70주년을 맞아 개정되기를 잔뜩 기대했으나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도두동 유해 발굴을 계기로 국회가 '4·3의 완전한 해결'을 내딛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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