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다시 미궁으로?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다시 미궁으로?
지법 '증거 불충분'… 9년만 붙잡은 피의자 석방
경찰 "사건 종결 아니다… 관련증거 보강할 것"
  • 입력 : 2018. 05.20(일) 19:1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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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0시53분쯤 2009년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박모(49)씨가 석방돼 입감됐던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송은범기자

재수사에 들어간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박모(49)씨에 대해 신청됐던 구속 영장이 결국 기각됐다. 이에 따라 박씨는 지난 16일 오전 8시20분쯤 경북 영주에서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된 지 60여시간 만에 석방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장기미제사건팀을 꾸리고 동물사체 실험과 기존 증거에 대한 재분석 등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했지만 결국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법원이 판단한 '증거불충분'사유=제주지방법원 양태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오후 11시30분쯤 강간살인 혐의로 박씨에게 신청됐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양 부장판사는 "박씨의 주장이나 변명에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경찰이 제출한 자료들을 종합할 때 박씨의 택시에 피해자가 탑승한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현 단계에서 박씨를 구속해야 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실종됐던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애월읍 일대에서 박씨의 택시와 같은 차종의 차량이 CCTV에 찍혔지만 영상에 나온 차량이 박씨의 택시와 동일한 것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경찰이 유력한 증거라고 밝혔던 '실오라기'에 대해서도 법원은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양 부장판사는 "박씨의 택시 안에서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무스탕 털과 유사한 섬유가 발견됐고, 피해자의 우측 무릎과 어깨에서는 박씨가 당시 입었던 진청색 남방과 유사한 섬유가 발견됐다"며 "하지만 동일한 것이나 아니라 '유사'하다는 의미에 그친다"고 증거로 채택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이 밖에도 법원은 경찰이 실시한 거짓말탐지기와 POT(긴장정점), 뇌파검사 등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으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 종결은 아니라지만…=제주지방경찰청은 이번 구속 영장 기각에 대해 관련 증거를 보강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경찰은 자신들이 확보한 증거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던 만큼 향후 이어질 수사에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016년 2월 장기미제사건팀을 구성하고 전국의 지방경찰청 프로파일러를 소집해 이번 사건을 다시 분석하고,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동물 사체를 이용한 실험을 벌여 피해자의 사망 시점을 기존 사체 발견 24시간 이내가 아닌 실종 직후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기존 수집된 증거를 재분석해 피해자 사체에서 발견된 '실오라기' 즉 미세섬유가 박씨의 옷에서 나온 것이라고 내세웠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은 "9년 전 발생한 미제사건에 대해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재수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기존 증거를 재분석해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등 노력했다"며 "영장 기각이 사건종결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관련 증거를 보강해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박씨는 지난 2009년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 옆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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