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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0주년 아픔을 넘어 미래로-8 / 제1부 4·3의 현주소] (7)고통에 시달리는 유족들
대통령 국가폭력 사과했지만 유족 복지 혜택은 부실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8. 04.17.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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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유족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한라일보DB

5년 만의 6차 유족 접수
국비 지원 없어 지방비로 유족에 의료비 혜택 제공
트라우마센터 설립으로 치유 거점화 요구도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4·3추념식 후 고령의 생존희생자 및 유족들을 위로하는 오찬 간담회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족 복지에 대한 지원 대책을 호소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4·3에 대한 국가 폭력을 사과했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미비해 국가의 책임은 사실상 인정되지 않고 있다.

# 4·3 유족 6만명 육박

제주특별자치도는 4·3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희생자 및 유족 추가 신고'를 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접수하고 있다. 이번 추가 접수에 그동안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신고하지 못한 희생자와 유족의 신고가 이어지면서 3월 30일 현재 희생자 72명과 유족 4066명이 접수됐다. 지금까지 인정된 4·3희생자와 유족은 각각 1만4233명과 5만9427명이다. 5년 만의 추가 접수에 신고가 이어지는 것은 유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이 이뤄지고, 개별 배·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4·3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4·3 완전 해결 약속도 희생자 및 유족 추가 신고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일본 지역 내 미신고 유족들을 위해 지난 1월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서도 신고 설명회를 개최해 올해는 일본에 거주하는 희생자와 유족 추가 신고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 2000년부터 4·3 희생자 및 유족 신고를 접수했는데도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추가 신고가 계속되는 것은 그동안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반증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강덕한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은 "과거에는 유족 중 형제가 있으면 장남만 신고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상황이 바뀌어서 추가 신고하겠다는 유족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유족에 대한 의료 혜택 등이 주어지는 것도 추가 신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동안 고령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추가 신고는 올해 말까지가 정점을 이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의료비 등 지원대책 한계

4·3특별법은 희생자에 대한 지원만 규정할 뿐 유족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제주4·3사건 생존희생자 및 유족 생활보조비 지원 조례'를 제정해 생존희생자뿐만 아니라 80세 이상인 1세대 유족에게도 매월 5만원을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2637명에게 총 18억69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는 75세 이상으로 유족 지원 대상을 확대해 4월 현재 4548명이 생활보조비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1954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고령의 4·3 유족과 4·3 희생자 며느리(아들의 아내 한정)에게도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비로 지원하는 유족 진료비는 올해 1만2523명에게 외래진료 시 의료보험료 적용분 중 본인 부담금의 30%를 지원해 총 1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유족은 희생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을 뜻하며,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이 없으면 형제자매와 4촌 이내 방계혈족 중 희생자의 제사를 봉행하거나 분묘를 관리하는 사실상의 유족을 말한다. 며느리 진료비는 지난해 2595명에게 5억6100만원이 지원됐으며, 올해는 2655명으로 확대됐다. 유족과 며느리 모두 지난해에는 5500원 이하이면 전액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6000원으로 확대됐다. 제주도는 유족 진료비는 국비로 지원하지만 며느리 진료비는 자체 지침을 만들어 4·3평화재단에 위탁해 지방비로 지원하고 있다.

# 치유의 거점공간 조성을

그러나 이 같은 지원도 심사가 까다롭거나 고령의 유족 대상이 늘면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도에서는 개호비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후유장애인이 많지만 중앙에서 심사할 때는 많이 추려내는 실정"이라며 "모든 걸 추가 신고 접수할 때 기준으로 파악하다 보니 신고 기간에만 개호비·의료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4·3 추념식 날 대통령과 유족의 오찬 간담회에서는 유족 지원 대상을 1954년 이전으로 제한하지 말고 61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춰 계속해서 늘어나는 고령의 유족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가 차원의 유족 의료비 지원과 함께 트라우마센터 건립도 절실하다. 유족들은 현 4·3평화공원 유휴지에 트라우마센터를 건립해 치료뿐만 아니라 요양 가능한 시설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는 대통령이 추도사를 통해 약속한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을 위해 관련 학술용역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 중에는 트라우마센터가 4·3뿐만 아니라 강정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심리 치료와 크게는 제주를 넘어서 한국전쟁 전후의 희생자와 유족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위한 용역에 평화의 섬 제주를 치유의 거점 공간으로 꾸리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자문위원=문성윤 변호사 박명림 연세대교수 박찬식 제주학센터장 양윤경 4·3유족회장

특별취재팀=이윤형 선임기자 표성준 차장 송은범 기자

[인터뷰/양성주 4·3유족회 사무처장] "4·3 희생자 늘고 있다는 점 주목해야"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은 할아버지가 4·3 때 대구형무소에서 희생된 유족이다. 그는 제주도의 6차 희생자 및 유족 추가 신고에서 유족보다 희생자 숫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사무처장은 "그동안 개별 배·보상이 없었기 때문에 유족들은 신고해도 혜택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배·보상을 희망하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신청이 늘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신고를 꺼리던 희생자들의 신고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신고자가 점차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희생자는 3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사무처장은 유족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유족회가 트라우마센터 설립 활동에 주력해 4·3특별법 개정안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양 사무처장은 "트라우마센터는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고 요양도 겸할 수 있는 시설을 희망한다"며 "고령의 1세대 유족들은 앞으로 살 날이 얼마 없고, 그동안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요양시설도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무처장은 또 "4·3특별법 개정안에 우리 요구사항은 거의 들어갔다"면서 "유족과의 오찬에서 유족 복지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해달라는 요구에 대통령이 행자부장관에게 검토할 것을 주문했고, 유족회가 야당들도 방문해 협조를 요구해왔다"는 말로 특별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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