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악용 학교에 공문 보낸 '장애인단체?'

'장애인' 악용 학교에 공문 보낸 '장애인단체?'
'있음직한' 단체명으로 협조 요청.. 제주시 "미등록"
"장애인 자활 돕기" .. 다량 우편물 발송 '피해 우려'
  • 입력 : 2018. 03.25(일) 16:1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본 단체에서는 해마다 장애인 스스로의 자활을 위해 어버이날 외 다수의 선물을 제작해 수익금으로 소외받고 힘든 장애인들을 돕고 있습니다. 영세 장애인들을 위해 선생님들의 협조를 부탁합니다."

 최근 도내 중학교로 이같은 간곡한 내용과 홍보물을 담은 우편물이 배달됐다. 이 공문에는 '장애인 복지법에 의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제작한 물품의 구매가 요구가 있을시 최대한 협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문구를 담았다.

 평소 야간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는 A교사는 처음에는 '장애인들이 제작한 카네이션'을 활용해 학생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홍보를 하려고 했지만 의아한 점이 많았다. 공문상 단체는 '장애인환경실천협회제주도지부'였는데 내용은 '환경장애연구협회'였던 것. 대금결제와 후원을 해달라는 계좌번호 예금주는 '지장협 제주지회'였다. 확인을 위해 장애인기관에 연락해보니 '없는 단체'라는 답이 돌아왔다.

 A교사는 "홍보물에는 어버이날 효행을 위한 사랑의 카네이션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라는 내용과 여러가지 상품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었는데 없는 단체라는 너무 놀랍다"고 전했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불우이웃을 돕겠다며 돈을 모금하거나 물품판매를 강요하는 불법 모금행위는 이웃을 생각하는 서민들의 선량한 마음을 노린 사기행위"라며 "이 때문에 장애인단체들이 피해를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시를 비롯해 관련부서에 확인한 결과 등록되지 않은 단체명칭"이라며 "이 학교만이 아니라 도내 학교 곳곳에 이같은 우편물을 보냈다면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이 공문에 적시된 연락처로 확인하자 이해할 수 없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자신은 회장이 아니며 육지에 등록된 단체로 알고 있다"며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연락을 끊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12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