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수 개선 놔둔채 제한급수 고통만 안기나

[사설]누수 개선 놔둔채 제한급수 고통만 안기나
  • 입력 : 2017. 08.09(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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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과 한림읍, 서귀포시 안덕면 등 중산간 지역 20개 마을 1만8000여 주민들이 한여름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록적인 폭염으로 힘든 여름을 나는데다, 물마저 격일제 급수를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중산간 일대 상수원인 어승생수원지로 유입되는 물이 양이 지속적인 가뭄으로 급격히 줄면서 주민들은 4년 만에 다시 제한급수 고통을 겪고 있다.

어승생수원지의 저수량은 평소 60만6000여t이던 것이 최근에는 7만t 이하로 뚝 떨어졌다. 가뭄으로 한라산 윗세오름의 올해 6~7월 누적강우량은 478㎜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2㎜)에 비해 턱없이 적다. 평소 어승생수원지로 1만8000t이 유입됐으나 7월 들어서는 5500t으로 급감했다. 어승생수원지의 저수량이 하루에 3500t씩 줄고 있는 만큼 조만간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곧 바닥을 드러낼 우려가 크다. 수원이 말라붙을 위기에 처하자 제주도가 지난 7일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민 고통을 담보로 한 임시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물 관리 정책을 재검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간 생산하는 수돗물의 절반 가량이 땅 속으로 버려지는 현실은 심각하다. 환경부의 '2014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누수율은 43.0%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17개시도 평균 누수율 11.1%와 비교하면 무려 4배나 높은 것이다. 유수율 역시 전국 평균(83%)에 비해 절반 수준(43.2%)에 불과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물을 취수해도 주택 등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땅 속으로 스며들다보니 급수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주도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주민들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제주도의 물 부족 현상은 우선 전국 꼴찌인 누수율을 줄이고 유수율을 전국 평균 정도로만 높여도 상당부분 해소가 가능하다. 이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은 안일한 행정 탓이 크다. 제주도로서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제주도의 행정이 이런 식이면 물 부족으로 인한 주민고통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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