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농사 좌초, 이러니 누가 도정을 믿겠나

[사설]전기농사 좌초, 이러니 누가 도정을 믿겠나
  • 입력 : 2017. 07.20(목)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예전에 종종 들었던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행정에서 무슨 농작물을 심으라고 권하면 그 반대로 하면 손해보지 않는다"는 거였다. 얼마나 행정을 믿지 못하면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을까. 사실상 무산된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을 접하면서 행정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사업자 선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이를 위해 오는 28일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 참여기업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선정 취소를 위한 청문을 실시한다. 지난해 9월 공모로 선정된 대우건설 컨소시엄에는 대우건설을 비롯 ㈜한국테크, ㈜원웅파워, IBK투자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공모할 때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로 전기 1㎿를 생산할 경우 20년 동안 연평균 5100만원의 소득을 농가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대우건설이 약속과 다른 행태를 보이면서 불거졌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사업 추진을 위해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한 ㈜제주감귤태양광에 단 한 푼도 출자하지 않았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설비의 핵심부품인 모듈도 다른 기종으로 변경하면서 사업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처럼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제주도가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지난 13일까지 IBK투자증권과 맺은 금융약정서 제출을 요청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서를 냈다.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말만 믿고 전기농사에 참여한 농가들은 뭔가. 그러잖아도 애초 장밋빛 계획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의회에서 사업 초기단계부터 타당성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제주도가 사업을 권장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행태를 지적했다. 사업자가 중도에 포기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며 대안을 요구했지만 무사안일하게 대응하다 결국 좌초 위기를 맞은 것이다. 농민들은 앉아서 피해를 당하게 생겼다. 감귤농사를 포기하는 바람에 감귤원은 이미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더 이상의 감귤농사는 어렵게 됐다. 이제 새 사업자 선정도 불투명하지만 다시 시작하려면 또 1년이 걸린다. 제주도의 미숙한 행정을 무턱대고 믿은 농민들이 잘못인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56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