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집값에 울고 웃어야 하는 세상

[백록담]집값에 울고 웃어야 하는 세상
  • 입력 : 2017. 06.26(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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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울고 웃는 게 여럿이겠지만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택 관련 지표가 쏟아질 때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최근 3~4년 전부터 몸값을 높인 제주의 집값은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아파트 분양권 혹은 매매가가 얼마만큼 올랐다는 등 호재 일색에서 우려했던 악재로 옮겨간 점이 변화라면 변화다. 이견이 있겠지만 '미분양이 늘어나는 건 공급이 초과한 탓이다', '비정상적인 집값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등 하락장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미분양 증가와 매매거래량 감소 등 '쌩쌩'하던 주택시장의 온도가 내려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가격 안정에는 사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3일 취임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새정부 출범후 처음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은 투기 세력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라고 경고했다. 대책이 효과가 없으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더 강력한 추가대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내 집 마련'은 제주는 물론이고 전국 무주택 서민들에겐 절실한 문제다. 높은 집값은 자영업자의 임대료 인상으로도 이어진다. 새 정부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려는 것은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 내수시장을 살리는 선순환을 꾀하자는 취지에서다. 최저임금 인상은 힘없는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매출이 적은 저소득 자영업자들에겐 부담이다.

특히 근로소득이 전국 최하위로 빈약한 제주도민들은 분양권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웃돌고, 전매와 재전매를 거치면서 몇 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은 우습게(?) 붙는 현실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수도권 중심이다. 최근 미분양이 늘고 있는 제주는 6·19대책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 미분양은 읍면 외곽지에 몰려있다. 선호도가 높은 단지형 아파트를 도심에 짓는다면 여전히 수요가 상당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또 제주는 공항복합환승센터나 제2공항 건설 등으로 인한 개발 수요도 존재한다.

정부의 6·19 대책은 서울과 부산 일부 지역 등 청약조정대상 지역의 분양권을 소유권이전등기 시점까지는 전매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때문에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에다 중도금과 잔금을 치를 여력이 없으면서도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의 권한 이양을 요청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전매제한기간(1년)을 준공시점까지 늘리고, 현재 전매제한기간이 없는 민간택지까지 이를 확대하면 분양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주택법 개정을 통해 국지적 과열이 발생한 지방 민간택지의 전매제한기간 설정 방안을 추진중인데 언제쯤 법적근거가 마련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7월 제주시 지역에서 한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아파트 시공사는 작년 제주1호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를 1460만원이라는 고가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를 감안한 가격"이라고 밝혔다. 분양원가가 얼마여서가 아니라 주변 시세만큼은 받아야겠다는 논리다. 제주의 주택 투기대책이 겉도는 사이 또 얼마의 분양가로 서민들의 박탈감을 키울지 걱정스럽다. <문미숙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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