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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이 말하는 제주 단상]제주愛 빠진 그들 "제주다움 사라져 안타깝다"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17. 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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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진수씨, 박소연씨,정재열씨

“도민 배타적이란 생각은 오해… 먼저 다가가고 베풀어야
이주 목적 자연과의 삶서 최근 돈벌이로 변질되는 것 같아
부동산·쓰레기 문제 등 잡고, 제주다움 간직하는 공동체로”


2010년은 제주에 의미 있는 해였다. 계속 줄기만 하던 제주의 순유입 인구(지방에서 유입된 인구에서 타지방으로 유출된 인구를 뺀 수)는 2010년을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7년간 5만5000여명이 삶의 터전을 제주로 옮겼다.

본보가 창간 28주년을 맞아 제주 곳곳에 스며든 이주민들을 만났다. 본격적인 이주 열풍이 불어닥칠 무렵에 제주로 와 제주의 급격한 변화를 함께 지켜보고 경험한 정재열(42), 김진수(38), 박소연(38)씨다.

▶그들은 왜 제주를 택했나=2011년 12월 제주로 이주한 박소연씨. 그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고 한다.

2010년 5월 제주 올레길을 걸으러 여행을 온 박씨는 자신이 묵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돼 하루빨리 제주살이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제주에서는 '와 우리나라에도 이런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었나'라고 감탄할 수 있고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 때문에 제주에 오는 것 아니겠냐"면서 "그런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옛날에 제주는 이보다 더 예뻤고, 그나마 지금의 모습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더라. 자연스레 제주의 예쁜 모습을 보존하며 살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던 중 '그럼 소연씨가 (그런 일을) 하세요'라는 주인장의 말에 제주로 이주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김진수씨도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이주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1년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친구들과 제주로 여행을 왔는데 그때 본 제주의 풍광이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면서 "제주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을 끝내고 난 뒤 그해부터 제주도내 모 펜션에서 매니저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2년 제주로 이주한 정재열씨는 제주에서는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았다고 했다.

정씨는 "아이가 아팠던 터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면서 "서울에서는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면 밤 9~10시가 됐지만 제주는 그러지 않아도 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산과 바다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근무처를 제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가 배타적? '그건 오해'=정재열씨는 제주시 화북동에 거주하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주로 부대끼는 제주 토착민들이 회사 동료들이었다.

반면 최근 펜션 매니저 일을 접고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서 자기만의 펜션을 운영하게 된 김진수씨나,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로컬푸드 요리와 제품을 판매하는 박소연씨는 그 지역 주민들과 마주칠 때가 많았다. 이들이 만난 제주 사람은 어땠을까. 또 제주도민들은 외지인에게 배타적이라는 데 정말 사실이었을까.

정씨는 "제주로 오기 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 걱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왜 우리 같은 이주민들에게 '육지 것'들이라고 말들 하지 않느냐. 그런데 말만 그렇지 본래 마음은 정반대였다.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주는 분들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정씨는 "차량 정비 서비스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고객들 대부분은 이미 불만을 갖고 직장을 찾아 왔을텐데 험하게 화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제주에 살면서 도민들이 배타적이거나 억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진수씨도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 김씨는 "주차질서라는가 (마을에서) 지켜야 할 것을 잘 지키면 된다"면서 "외지인들에게 무작정 도민들이 배타적이라는 얘기는 잘못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박소연씨는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박씨는 "만약 제주도민들이 배타적이었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자신이 무엇인가 마을 사람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며 "그 지역의 문화를 알고 먼저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날 마을 주민의 잔칫집에 갔더니 검은 봉지에 커피며 치약이며 온갖 것들을 넣어주더라. 육지에는 전혀 없는 문화다. 베풀어야지 자신도 베풂을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제주다움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제주에 정착한 이들도 인구·차량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제주의 급격한 변화에 혼란스러운 듯했다. 정재열씨는 서울에서 겪던 일상생활의 불편이 최근 제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주 초기 때만 하더라도 신제주에 약속이 잡힐 경우 목적지까지 20분이면 갔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1시간이 걸린다. 서울 출퇴근 시간 러시아워 때보다 제주의 교통 체증이 더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또 정씨는 "최근 몇 년 사이 개발 붐이 일면서 이주민들이 차리는 카페라든가 식당이 많이 생기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경쟁이 더 심해졌다"면서 "이들 대다수가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접고 제주로 이주했을 텐데 지금은 경쟁이 심해져서 많이 힘들어한다. 결국 적응하지 못해 제주에서 삶을 접고 육지로 다시 올라가는 이주민들도 주변에서 많이 봤다"고 말했다.

김진수씨는 최근 들어 제주 이주 목적이 많이 바뀌며 제주의 풍경도 덩달아 변해 아쉽다고 했다.

김씨는 "과거 제주로의 이주 목적이 도시에서의 삶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대규모 개발처럼 돈을 벌기 위한 상업 목적 위주로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김씨는 "이 때문에 동네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주차 문제부터 시작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월정리 해안만해도 카페들로 점령당하지 않았나. 제주다움이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 제주가 이질적이다"고 말했다.

박소연씨는 "인구가 늘면 기반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하고, 반대로 기반 확충이 안됐다면 건축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제주도가 도민들의 삶을 지켜줘야 했다"면서 "개인이 땅을 파는 것은 자유지만 건물은 (행정에서) 허가를 내줘야 지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결국 이런 인구 증가에 대비한 정책들이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오·폐수 무단 방류나 수질 기준을 초과한 하수 방류 문제 같은 것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물가 안정화 없이 인구 100만이라···=제주도는 2025년쯤에는 제주의 인구가 100만명(주민등록상 인구 73만명·체류인구 27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보와 인터뷰한 이주민들은 제주도가 인구 100만 시대를 대비해 이주 정책을 촘촘히 펼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열씨는 "우선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다"라면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주민들을 제주로 끌어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제주에는 기반산업이 없어 다른 지역보다 일자리 창출 구조가 취약하다"면서 "첨단과기단지에 보다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씨는 "쓰레기 처리난, 오·폐수 처리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또 현재 제주의 물가가 너무 높은데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소연씨는 제주다움을 지켜가면서 이주민과 토착민이 더불어 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과거에는 소규모 자본을 가진 이주민들이 많이 왔는데 지금은 큰 자본력을 갖춘 외지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외지인이 더 많아지면 힘과 목소리가 커진다. 돈 많은 외지인들의 삶에 토착민들이 점점 물들어가면 언젠가 제주다움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외지인들에게 제주의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제주 특유의 문화를 잘 알려 나가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이상민, 사진 강희만·강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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