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원희룡 지사의 '자기만족'

[한라칼럼]원희룡 지사의 '자기만족'
  • 입력 : 2016. 07.05(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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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난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원희룡 지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설거지'론도 꺼내 들었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지난 도정이 벌려놓은 일들을 얼추 수습했다면서 한 말이다. 2년 전 선거에서 제주도민은 '변화'를 선택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중국 자본의 공세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추진에 대한 도민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였다.

호기롭게 출범했지만 시작은 불안했다. 출범 초기 내세웠던 협치는 실종됐고 연이은 인사 실패는 제주도의회와의 '예산전쟁'으로까지 번졌다. 도민들이 원희룡 도정의 출범에 걸었던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난개발에 제동을 걸었다'는 자평의 근거도 적지 않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정과 공존을 제주 미래비전의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곽지 과물 해변의 해수풀장 건설에 대해서는 단호한 목소리로 '원상복구'를 명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난개발을 막겠다면서 오라 관광지구와 부영 호텔 신축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임 도정에서부터 추진되었던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페인 마요르카 섬을 거론하면서 '생태환경총량제'와 '해안변 그린벨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라관광지구 개발과 부영 호텔 건설이 제주의 미래비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조차 없다. 말은 미래를 향하는데 행정은 과거에 매여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왕적 도지사'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시됐다. '제왕적 도지사'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제주도지사의 행정적 권한은 막강하다. 행정은 힘이 세다. 제주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 '난개발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는 지사 스스로 내릴 일이 아니다. 제주도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수긍해야 한다.

얼마 전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가 도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44.0%에 불과했다. 잘못했다는 응답은 45.6%. 특히 20대 응답자는 부정적인 여론이 훨씬 높았다(69.5%). 과반수 이상의 도민(51.6%)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절반 이상의 도민이 원희룡 도정의 지난 2년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기대만큼 현 도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난개발을 막아냈다는 자평이 한가로운 소리로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되돌아보면 원희룡 지사 취임 이후 민감한 사안들은 대체로 중앙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거졌다. 제주 4·3희생자 재심사도, 도의회 재량사업비 요구설도, 대권 불출마 선언도 모두 중앙 언론이 먼저 보도했다. 지역 언론과 중앙 언론을 굳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면 공교로운 일이다.

매체 영향력이 크다고 말이 힘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쌓일 때 말은 저절로 신뢰를 얻는다. 어떤 경우라도 국민을 지켜야 한다면서 정작 국민을 저버리는 모습을 우리는 분명히 목격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약속을 저버리는 경우도 숱하게 보았다. 실패한 권력의 과오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제주도정의 미래는 불안하다. 지역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더 큰 믿음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현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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