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군통수권자 갈등해소 강조 vs 해군 구상권 청구

[백록담]군통수권자 갈등해소 강조 vs 해군 구상권 청구
  • 입력 : 2016. 04.04(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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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6년의 우여곡절 끝에 제주민군복합항, 이른바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이 열렸다. 이날 준공식은 정부행사로 진행됐다. 비록 준공식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오늘의 결실을 맺기까지 애써주신 제주도민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오늘 준공식이 그동안의 갈등을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화합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갈등해소'와 '상생'을 강조했다.

그런데 한달여 흐른 지난 3월 29일 '배상금' 얘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해군이 강정마을회 등에 공사지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상권 행사(손해배상청구)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해군은 공사 방해로 완공시점이 1년2개월 늦춰져 270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4억원은 강정마을회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정마을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마을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죄인가"라며 해군을 성토했다. 구상권행사가 또다시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손해배상청구가 이뤄졌다는 소식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혹평했다. "국가와 거대 건설사의 개발사업으로 자신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때 국민이 이에 반대하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헌법상 권리"라고 덧붙였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서민들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돈 문제일게다. 그런데 그 돈이라는 게 "없어도 그만"이라고 애써 위안할 수도 있지만 없으면 참 힘들게 하는 고약한 것이다. 그래서 돈 문제로 고생하는 많은 이들은 "비참하다"고 표현한다. 구상권 청구는 해군, 즉 정부가 마치 돈을 빌려준 채권자인 듯 강정마을을 쏘아붙이는 꼴이다. 얼마나 비참할까. 그래서 "주민을 죄다 죽이고 마을을 통째로 가져가라"고 마을회는 극단적인 표현을 했을게다.

해군이 제기한 구상권 행사를 보며 기자는 불현듯 우려되는 그림이 떠올랐다. 바로 제2공항이다. 돈, 약자를 가장 손쉽게 굴복시킬 수 있는 대단한 무기다. 제2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건설예정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주민들이 내세우고 있는 반대 이유는 '생존'이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아름다운 마을을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건설계획 발표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2공항은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정과 새누리당은 완공시점을 계획보다 빠른 2023년을 목표로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가 팽배한 현지 분위기 등을 보면 조기완공은 커녕 2025년 완공도 자신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 나타났듯 제2공항 건설이 시작되면 엄청난 반대투쟁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군통수권자가 갈등해소를 강조했는데 해군은 구상권을 청구했다. 대단한 용기(?)다. 강정마을회에 제기한 구상권의 의도가 의심되는 이유다. 해군기지 건설에 약 1조원이 투입됐다. 공사지연으로 270억원이 추가로 들었다고 해군은 주장한다. 제2공항을 건설하는데는 이보다 4배 가량 많은 4조원 가량이 투입된다. 제2공항 공사를 앞두고 밑그림을 그리는게 아닌지. "반대할테면 해봐라, 우린 돈으로 해결하겠다." 기자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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