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왕벚나무 자원·세계화 전략 서둘러야

[사설]왕벚나무 자원·세계화 전략 서둘러야
  • 입력 : 2015. 03.10(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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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미국 워싱턴D.C 타이들 베이슨 호숫가에 심어진 벚나무는 한때 '저패니스 체리 트리'로 불렸다. 이는 당시 유키오 오자키 도쿄시장이 1912년 벚나무 3000여 그루를 기증하여 심은 데서 비롯됐다. 도쿄시장은 미국과 일본의 유대관계를 증진하고 양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나무는 제주가 자생지인 왕벚나무였다. 왕벚나무가 일제에 의해 일본 문화를 전파하는 나무로 둔갑한 것이다.

왕벚나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유대관계를 증진한다는 취지는 일제의 침략전쟁으로 무색해졌다. 일제가 1941년 12월 진주만을 기습공격, 태평양전쟁을 일으키자 워싱턴의 왕벚나무가 분노한 미국인들의 표적이 됐다. 이때 많은 왕벚나무가 잘려나갔다. '저패니스 체리'가 '코리안 체리'로 바뀌게 된 계기는 이승만 박사가 아메리칸대학교에 왕벚나무 네 그루를 심으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이 박사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4월 8일 벚나무 원산지가 한국임을 주장하면서 한국 벚나무, 즉 '코리안 체리'라는 이름으로 표석을 세웠다.

왕벚나무에는 이처럼 전쟁과 식민의 상처 등 많은 우여곡절이 숨겨져 있다. 일본 제국주의와 미국과도 연관되면서 이제는 세계화된 식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제주도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나무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정작 왕벚나무 원산지 제주에서는 그 중요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매년 왕벚꽃축제가 열리지만 단발성 전시위주의 행사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주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자생지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보호·연구와 벚꽃축제에 대한 차별화가 없다면 제주가 왕벚나무 원산지라는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더 많은 후속연구와 관리, 국제학술계와의 교류 홍보는 물론 자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연한 지적이고 비판이다. 제주도 등 관계기관은 이같은 우려를 유념하고 왕벚나무의 세계화 전략에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제주왕벚꽃축제부터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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