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남겨진 이들 '애도의 여정'… "함께 회복"

[기획] 남겨진 이들 '애도의 여정'… "함께 회복"
[제주, 생명존중도시로 나아간다]<7>와카야마현의 자살 유가족 지원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 '자조모임' 지역마다 선택지 넓혀야
상담·자조모임·게이트키퍼 양성… 지역사회 지원망 촘촘
"상담을 받는 것도 하나의 힘… 사회적인 현상으로 대응"
  • 입력 : 2026. 09.29(화) 15:22  수정 : 2026. 09. 29(화) 15:34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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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카야마현의 자살 유가족 지원 단체 우메노하나의 대표 모리사키 마사요시 씨. 특별취재팀

[한라일보] 자살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외 여러 연구는 자살 유가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남겨진 이들에 대한 지원이 곧 자살예방 대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일본은 자살대책기본법과 자살종합대책대강을 통해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자살대책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지역의 유족 자조모임 운영을 지원하고, 정신보건복지센터와 보건소 등을 통한 상담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유가족들은 상실의 당사자로서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 같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 특히 유가족 등이 중심이 된 '자살대책의 법제화 요구 서명' 운동은 10만명이 넘는 서명을 얻었고, 기본법 제정의 원동력이 됐다. 현재에도 많은 자살 유가족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치유받고 있다.

l 자책과 후회 딛고 일상으로

지난 7월 7일 와카야마현의 쿠마노코 아동가정지원센터 노코노코에서 자살 유가족 지원 단체 '우메노하나'의 대표 모리사키 마사요시 씨를 만나 와카야마현의 자살 유가족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메노하나는 2009년부터 와카야마현 내 자살 유가족을 대상으로 개별상담과 자조모임, 강연회, 음악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학 교수인 모리사키 대표는 단체 설립 이전부터 유가족 상담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모리사키 대표는 "자살 유가족은 자신의 가족의 아픔을 몰라줬다는 사실에 자책과 후회를 느낀다"며 "상실에 대한 외로움까지 더해져 자살 생각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에게 자조모임은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다. 모임의 규칙이나 사회자 없이 함께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큰 위로는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또 있다"는 인식과 "고립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우메노하나가 운영하는 유가족 상담은 매달 1회, 자조모임은 짝수 월마다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애도'의 영역을 넓혀 질병과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한 '그리프 케어' 모임도 진행한다.

매년 상담 참여자는 약 40~50명, 모임 참여자는 약 70명이다. 상담과 모임 모두 예약제다. 와카야마현 정신보건복지센터가 희망 참여자를 접수·관리하고 우메노하나에게 연결시킨다.

모리사키 대표는 "유가족들은 가족의 죽음 이후 취미를 갖거나 즐기는 걸 죄의식처럼 여긴다"며 "조금씩 밖으로 나가고,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작은 취미라도 가져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와카야마현 마음의건강추진과 하자마 리카 주임, 와카야마현 정신보건복지센터의 나카노 젠로 차장. 특별취재팀

l "사회적 낙인 해소해야"

소도시의 자조모임 참여자들은 대부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다. 큰 도시로 갈수록 자조모임도 더욱 세분화된다. 배우자를 잃은 이들의 모임, 연인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모임 등 다양하다.

또 작은 지역일수록 소문이 빠르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 유가족들은 굳이 먼 대도시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각 지역마다 크고 작은 자조모임이 필요한 이유다.

하자마 리카 와카야마현 마음의건강추진과 주임은 "오히려 자신이 사는 동네 모임을 가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조모임이 곳곳에 생겨야 유가족들이 다른 지역 모임이라도 참여할 수 있고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가족의 회복을 막는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선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

우메노하나와 지역 관계기관은 자살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강연과 교육도 이어가고 있다. 자살 위험에 놓인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구성원을 '게이트키퍼'로 양성하는 활동도 그중 하나다.

와카야마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게이트키퍼 교육. 와카야마현 제공

유가족에게도, 자살 위험에 놓인 사람에게도 결국 필요한 것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담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한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자마 주임은 "이런 걸 상담해도 될까, 내가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상담을 받는 것도 하나의 힘이다. 마음이 아프면 다양한 창구 또는 주변인에게 상담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카노 젠로 와카야마현 정신보건복지센터 차장은 "자살에 대해 편견을 갖고 바라보지 않고, 사회적인 현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시책을 시행하면서 자살 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민간단체들을 지원하고,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활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박소정·양유리·강희만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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