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소방관들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초기 인지가 늦어 손쓸 새 없이 번진 화재 현장을 마주할 때다. 불이 난 사실을 제때 알지 못해 대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결국 큰 비극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중 스프링클러와 화재 감지기가 없는 세대라면 위험성은 더욱 크다. 초기 화재를 알려줄 안전장치마저 없다면 주민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족 중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장애인이나 어르신, 그리고 어린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가구라면 더욱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제주소방안전본부가 추진 중인 '노후 아파트 화재취약세대 단독경보형 연기감지기 보급 사업'은 바로 이 치명적인 빈틈을 메우기 위한 정책이다. 이는 단순한 물품 지원이 아니라, 연기를 빠르게 감지해 비상벨을 울려줌으로써 한 가정의 생명을 지키는 예방 중심의 안전장치다.
집 안 구조에 맞춰 세대당 최대 3대까지 지원되는 감지기는 천장에 부착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자율 설치가 힘든 가정은 소방대원이 직접 방문해 설치를 도와주고, 이후 고장 상담과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므로 주민 부담도 없다.
천장의 작은 감지기가 울리는 경보음은 화재라는 재앙 앞에서 우리 가족이 대피할 수 있는 기적의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양현철 제주동부소방서 예방구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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