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문이 바늘구멍”… 도서관서 ‘취준’하는 청년들

“취업 문이 바늘구멍”… 도서관서 ‘취준’하는 청년들
7일 주말 오전에도 제주대 도서관 찾는 취준생들
함께 취업 준비할 청년·양질의 일자리 모두 부족
1분기 제주도 20대 경제활동참가율 9.5%p 감소
  • 입력 : 2025. 09.07(일) 16:30  수정 : 2025. 09. 07(일) 17:35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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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쯤 제주대 도서관에는 주말임에도 학생·시민들이 약 60여 명이 방문했다. 대부분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었다.

[한라일보] “집에서 취업 준비를 하면 부모님 눈치를 보게 돼서 마음이 불편해 도서관을 찾게 돼요.”

7일 제주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취준생(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학교를 졸업 또는 휴학을 하고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도서관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제주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쯤 제주대 도서관에는 주말임에도 약 60여 명이 책을 펴고 노트북을 켜며 집중하고 있었다. 대부분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었다.

제주가 고향인 김씨는 타 지역 대학교를 휴학하고 2년 반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빨리 취업을 하고 싶어 대학을 휴학하고 도서관이나 카페 등을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다”며 “제주는 청년 인구 자체가 적어서 서귀포에서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면접 스터디를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힘들어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공무원 채용 인원이 적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 취준생 입장에서는 늘 적다고 느껴진다”며 “채용 규모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또 다른 김모(29)씨는 올해 2월 제주대학교를 졸업해 경기도권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전기공학과를 복수전공해 전기 관련 자격증 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방문했다”며 “본가가 경기도이기도 하고, 제주에서는 일자리가 조금 한정적이라 더 넓은 선택지가 있는 육지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제주지역 대학교를 졸업해 타 지역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지방대학 육성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비율은 2017년 62.5%에서 2023년 53.3%로 크게 감소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금융권의 신규 채용 규모가 해마다 줄면서 금융권 취준생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금융권 취업을 희망한다는 박모(27)씨는 “올해 하반기 채용 인원이 지난해보다 두 배는 더 준 것 같다”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채용 규모를 예상하고 공부 중이었는데 취업 문이 좁아져 불안하고 조급하다”고 했다.

박씨는 일자리 선택의 폭이 좁은 제주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제주는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을 제외하고는 괜찮은 일자리가 적다”며 “다른 지방과 비교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박탈감이 느껴진다. 직업, 직장의 폭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최근 제주지역 청년층 고용 부진 요인과 과제’를 보면 올해 1분기 제주지역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전년동기대비 9.5%p 낮아져 타 연령층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는 전국 감소폭(–1.1%p)과 비교해도 크게 낮아진 수치다.

제주본부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숙련·고임금 일자리 부족, 기업의 경력직·수시채용 선호 등”이 청년층의 고용 부진과 쉬었음 청년 증가를 부추긴다며 ▷취업 정보 제공 강화 ▷청년 업무 경험 지원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청년층이 선호하는 정주 여건 조성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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