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5)제주시 한경면 숨골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Ⅱ] (5)제주시 한경면 숨골
“숨골 지형에 대형 저류지 조성공사 신중 접근해야”
  • 입력 : 2023. 07.03(월) 00:00
  • 고대로 이태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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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농경지·도로 침수피해 예방에 큰 도움 ‘긍정’
오염물질 지하로 일시 유입시킬 통로 가능성 ‘우려’
한경면 질산성질소 농도 동부지역 2배 이상에 주목
절대·상대보전지역내 37개 숨골 분포, 곶자왈 집중

제주시 한경면 지역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절대·상대 보전지역에 있는 303개 숨골가운데 37개(절대보전지역 2개·지하수1등급 35개)숨골이 분포하고 있다.

숨골 대부분은 중산간 마을인 청수·저지·조수리 곶자왈 지역과 농경지에 자리잡고 있다.

곶자왈 지역은 제주도 화산 활동시기에 있어 가장 후기에 분출한 젊은 용암류 지대로 농사에 적합할 정도의 두께로 토양층이 생성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곶자왈 지역은 농지로 활용되지 못하고 가시와 덤불 등이 있는 자연숲으로 남게 됐다. 일부 곶자왈 지역은 개간해서 감귤 과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곶자왈 지역에 내린 빗물은 용암절리층을 따라 오랜 시간을 거쳐 지하수로 함양되거나 용암절리층을 따라 내려가던 빗물이 불투수층에 막혀 용천수로 용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경면 곶자왈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숨골 지형은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었던 동굴이 무너져 내린 지형 등으로 추정됐으며, 숨골 주변에 오염원이 적어 빗물이 숨골을 통해 대수층으로 유입되더라도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은 낮았다.

농경지 내 자리잡고 있는 숨골들은 대부분 인공으로 조성한 도랑형 숨골들이었다.

도랑형 인공 숨골은 점토질이 있는 암갈색 화산회토로 이뤄져 있어 제주 동부지역과 달리 물빠짐이 낮아 빗물에 포함된 오염 물질이 숨골을 통해 대수층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판포리 널개왓 지역의 한 농지에 있는 도랑형 인공 숨골.

조수리 한 농지에 있는 도랑형 인공 숨골.

지난 4월 22일 찾은 판포리 널개왓 지역의 한 농지에 있는 도랑형 인공 숨골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다. 숨골은 인근 배수로로 연결돼 있어 폭우시 빗물이 배수로를 따라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조수리 한 농지에도 도랑형 인공 숨골이 길게 형성돼 있었다. 황토와 화산회토가 섞여 있는 숨골에는 빗물이 남아 있었다.

조수리는 1970년대까지 가마를 축조해 항아리와 허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옹기그릇을 생산해 낸 곳이다. 옹기 생산이 가능했던 것은 황토와 점토질 화산회토가 섞인 흙 덕분이다.

고산리 한 농지 숨골 지형에 있는 '작은 못'.

빗물 저류지 공사가 진행중인 청수리 숨골 지형.

고산리 한 농지에 있는 숨골 지형에는 '작은 못'이 조성돼 있었다. 이곳의 물은 농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도 절대·상대 보전지역에서 이곳을 숨골 지형으로 분류했지만 지하수를 함양시키는 지하수 1등급지인 숨골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비 날씨를 보인 지난 5월 25일 청수리 한 숨골 지형에는 빗물 저류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주변에 내린 빗물이 저류지로 유입되고 있었다. 이곳 대형 저류지는 주변 농경지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 지하수 함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됐으나 지하수 오염도 우려됐다.

집중호우시 토양에 잔류하고 있던 비료 성분 등이 빗물과 함께 땅속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한경면 지역 농업용 지하수 관정에서 질산성 질소의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검출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 간 도내 농업용수 수질 변동을 조사·분석한 결과 한경면을 포함한 서부지역(한림·한경·대정) 농업용수에서 질산성질소의 평균 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검출됐다. 서부지역 질산성질소의 평균 농도는 5.2~8.2㎎/L로 동부지역 1.9~4.4㎎/L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먹는물 수질 기준치(10㎎/L)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이같은 수질 상태를 방치할 경우 앞으로 한경면 지역의 지하수 식수 이용은 불가능 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부지역 지하수에서 질산성 질소가 높게 검출되고 있는 것은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적은 반면에 비료 사용량이 많은 마늘과 양파 등 원예작물을 집중 재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도내 수질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강해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비료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하수 오염 우려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관정 주변 토양과 농가 비료사용량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농업용수 수질 변화를 파악해 수질관리를 위한 정책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고대로 정치부국장·이태윤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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