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더 보고 싶은 아버지… 꿈에서라도 만났으면"

"명절이면 더 보고 싶은 아버지… 꿈에서라도 만났으면"
제22차 4·3 직권재심서 30명 무죄 선고 총 611명째
10대 20대 등 희생자들 억울한 누명 벗고 명예 회복
  • 입력 : 2023. 01.17(화) 15:07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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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 직권재심 재판 현장 자료사진.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이유도 모른 채 옥살이를 하거나 행방불명된 제주4·3 희생자들이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7일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22차 직권재심 재판을 열고 피고인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 선고로 억울한 누명을 벗은 30명 중 4명은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내란죄를 선고받았으며 26명은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다.

이날 재판장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각자의 사연을 쏟아내며 그리운 가족들을 추억했다.

고(故) 오병주 씨의 딸 오옥수 씨는 "너무 어린 시절이라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사진 한 장도 없이 살아왔다"며 "할머니가 돌봐주셨지만 아버지 없이 살아온 것이 한이 되고 꿈에서라도 한 번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가 많지만 명절이면 특히 더 보고 싶다"며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이렇게까지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초대 유족회장을 지낸 고 이원술 씨의 아들 이성찬 씨는 "앞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이 할아버지와 살았다"며 "엄한 할아버지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었고 들을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이성찬 씨의 할아버지는 대전 형무소에 있던 이원술 씨를 만나보고 왔다고 한다. 당시 누군가가 돈을 가져오면 지금 당장이라도 형무소에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제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농사를 지어 돈을 마련해 다시 대전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6·25 전쟁이 시작되며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성찬 씨는 "할아버지가 술을 드시면 한탄을 하셨다. 어렸을 때는 술주정인 줄만 알았는데 성인이 돼 생각해보니 아들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며 "할아버지는 자신이 조금 더 빨리 정신을 차렸다면 아들을 살릴 수 있었지만 자신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며 술을 드시면 많이 우시고 후회하셨다"고 회상했다.

무죄 선고 이후 재판부는 유가족들에게 "이번 설 명절은 억울함을 풀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0명이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직권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은 제주 4·3희생자는 총 611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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