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제주4.3 74주년] (2)4·3희생자 재심 어떻게

[특별기획/제주4.3 74주년] (2)4·3희생자 재심 어떻게
불법 군사재판 재심 통해 바로잡는다
  • 입력 : 2022. 03.29(화)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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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 시대"… 사법부, 군사재판 위법성 인정
'4·3 재심사건 전담재판부' 신설 오늘 첫 재판

일반재판 피해자는 각자 해결해야… 대책 시급

"제주4·3 당시 좌익분자 500명 잡자고 3만명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법치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그러한 야만적 시대를 살아낸 유족들에게 재판부는 경의를 표한다."

지난해 3월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재판에서 판사가 4·3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인 335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한 발언이다. 4·3에 대한 사법부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4·3 재심 어떻게 시작했나=당시 제주도민들은 불법성이 명확한 재판(군사재판 2530명·일반재판 1800여명(추정))을 받고도 70여년 동안 이러한 사실을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상당수가 학살을 당했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어도 가족이 불이익(연좌제)을 당할까봐 입을 다물어 버린 것이다.

2017년 4월 생존한 군사재판 수형인 18명이 용기를 냈다. 4·3도민연대가 이들을 발견·설득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법조계뿐 아니라 도민사회에서도 이 재심 청구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재심 과정에서 군사재판의 불법성이 연이어 확인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당시 재판부는 "단기간에 다수의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군사재판에 회부(2530명)했는데, 예심조사 및 기소장 등본 송달 등 재판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라 추정하기 어렵다"며 공소기각(공소 부적합·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으로 명시=공소기각 판결 이후 재심 청구가 잇따르면서 개정이 진행 중인 4·3특별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개정안에는 군사재판·일반재판 피해자에 대해 각각 직권재심과 특별재심 실시를 담은내용이 포함, 지난해 3월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대검찰청은 군사재판 피해자를 위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을 출범시켰으며, 개인이 아닌 검사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토록 했다. 직권재심은 변호사가 필요 없이 검찰이 일괄적으로 재심을 청구하기 때문에 변론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수임료 등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아울러 제주지방법원도 최소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군사재판·일반재판 피해자의 빗발치는 재심 청구에 대비, 지난달 '4·3 재심사건 전담재판부'를 신설했다. 현재 전담재판부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사례는 군사재판 60명·일반재판 47명(14명 검찰 항고)이며, 29일 군사재판·일반재판 모두 첫 재심 재판을 진행한다.

▶일반재판 관심 '절실'=검찰이 알아서 해주는 군사재판과 달리 일반재판은 피해자 개개인이 직접 재심을 청구해야 돼 당사자가 재심 대상자인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28일 기준 재심 재판을 통해 억울함을 푼 4·3희생자는 총 372명인데, 이 중 일반재판 피해자는 4명에 불과하다.

일반재판 피해자의 특별재심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기소돼 유죄를 판결 받은 자'라면 청구가 가능하다. 특히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미군정 재판을 판단할 수 있을지 여부 ▷4·3 희생자 미인정 ▷조카가 청구권자로 가능한지 여부 ▷판결문 부존재 등에 대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문턱이 낮아졌다.

4·3도민연대 관계자는 "특별법 개정 당시 군사재판뿐 아니라 일반재판에 대해서도 직권재심이 가능하도록 해야 했다"며 "법 보완 이전에 제주도, 법조계, 4·3단체 차원에서 일반재판 재심 청구를 독려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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