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알뜨르 비행장 준다 해도 못 받는다

국방부가 알뜨르 비행장 준다 해도 못 받는다
[한라포커스] '알뜨르 비행장 부지 무상양여' 10년 헛심공방
2011년 제주특별법 개정해 무상 양여 근거 신설했지만…
1개월 먼저 시행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가로 막혀 불가능
기획재정부 "제주특별법만 개정한 무상 양여 근거 효력 없어"
  • 입력 : 2021. 05.23(일) 22:51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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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지난 2011년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만든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 근거가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을 짚었다.

▶국방부가 줘도 못 받는다=제주도는 2008년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과 인접 토지 등 184만여㎡ 부지에 749억원을 들여 격납고와 진지동굴 등 일제 전적시설을 정비하고 전시관을 건립하는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제주도는 2011년 국회의원 발의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국가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신설되는 서귀포시 관할 구역 국유재산 중 일부를 제주도와 협의해 무상 또는 대체재산 제공 조건으로 양여할 수 있다'는 조문을 신설했다.

조문에 나온 '서귀포시 관할 구역 국유재산'은 국방부 소유의 알뜨르 비행장을 가리킨 것이었다.

알뜨르 비행장은 평화대공원 부지 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제주도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법이 개정된 지 10년이 넘도록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알뜨르 비행장을 대체할 자산을 제공하지 않으면 비행장을 넘겨줄 수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과 '조건 없는 양여'를 주장하는 제주도의 입장이 십 수년째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대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채택한 후에도 국방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평화대공원 조성이 지지부진 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매번 국방부를 탓 했다. 그러나 당장 국방부가 비행장을 무상 양여하겠다고 입장을 바꿔도 제주도는 이 땅을 넘겨 받을 수 없다. 제주특별법에 나온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 근거가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가로 막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10년 간 허상 쫓았나=알뜨르 비행장처럼 국가 소유 재산은 기본적으로 국유재산법과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하 특례제한법)을 적용 받는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유재산을 사용하는 지자체 나 개인 등은 원칙적으로 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이용 목적이 도로·공원 조성 등 공익에 부합하는 등 특별한 조건에 해당하면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해당 국유재산을 넘겨 받을 수 있다.

특례제한법은 이같은 국유재산 무상 사용·양여 조건에 대한 특별한 예외 규정을 다룬 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제주영어교육도시를 들 수 있다. 특례제한법은 '별표'에 의한 위임규정을 둬 제주특별법 184조에 따라 국제학교를 유치·운영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 대해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특례제한법이 다른 법으로는 이런 특례를 정할 수 없게 못박고 있다는 것이다.

특례제한법이 공포·시행된 시기는 2011년 4월로, 공교롭게도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 근거를 신설한 제주특별법보다 1개월 먼저 법적 효력이 발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특례제한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국유재산에 대한 특례를 별도의 법률로 규정할 수 없다"면서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 근거는 특례제한법을 개정하지 않고 (별도로) 제주특별법만 개정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국방부가 법적 효력도 없는 제주특별법 조문을 갖고 10년 이상 알뜨르 비행장 소유권 다툼을 벌인 셈이다.

제주도는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제주특별법과 특례제한법에 대한 동시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최근 국방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 받거나 무상 사용하려면 특례제한법까지 개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며 "그동안 제주도가 이런 한계를 아예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특례제한법 개정까지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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