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교회 집단 감염 방역지침 무력화됐나

또다시 교회 집단 감염 방역지침 무력화됐나
서울 왕성교회 어제까지 14명 확진…MT-성가모임서 전파 추정
정은경 "현장예배 줄이고, 침 튀는 식사·성가활동 자제해야"
  • 입력 : 2020. 06.27(토) 10:58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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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또다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발병하면서 지역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슈퍼 전파' 사건을 계기로 교회 관련 방역 조치들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현재 대부분의 교회는 정규예배나 대규모 행사에서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교회내 소규모 모임 및 행사에서는 경각심이 유지되지 않고, 마스크 쓰기 등 방역지침이 무력화되면서 한 명의 감염원이 다수의 감염자를 양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형교회 중 하나인 관악구 왕성교회에서 전날 오후 6시까지 확진자 14명이 발생했다.

가장 먼저 확진된 초발환자는 서원동 거주 31세 여성 A씨로, 24일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튿날인 25일에 7명, 26일 6명이 추가 확진됐다.

초기에 확진된 12명 중 3명은 지난 18일 성가대 찬양연습에 참석했고, 7명은 19∼20일 안산시 대부도에서 열린 교회 MT에 참석했다. 1명은 21일 예배참석자였고, 나머지 1명은 A씨로 성가연습과 MT, 예배에 모두 참석했다.

특히 21일 주일예배에는 1천7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돼 신도 전수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자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방대본은 성가연습 또는 MT 당시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교인들이 당시 마스크를 썼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왕성교회가 명부작성이나 발열 확인, 손소독제 비치, 좌석간격 유지 등 교회 방역지침을 준수했다는 방역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와 달리 소규모 행사에서는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확진자가 다수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5월 인천 등 수도권 개척교회 관계자들도 매일 교회를 옮겨 다니며 부흥회 형식의 모임을 가졌는데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는 바람에 참석자의 70% 이상이 확진되는 일이 있었다.

교회 모임에서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확산하는 이유는 성경공부, 찬송, 합창, 식사 등의 행위가 비말(침방울) 전파를 동반할 수밖에 없고, 동일한 참여자들이 반복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이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왕성교회 현황을 설명하면서 "최근 수련회 등 각종 종교 활동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되고 있는데 주말에는 각별히 주의를 부탁한다"며 "부득이하게 현장 예배를 해야 한다면 참여자 규모를 줄이고, 침이 튈 수 있는 음식 제공이나 노래 부르기, 특히 성가대 활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형교회 집단감염 발생에도 국내 양대 개신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29일부터 홍천에서 '전국 목사 장로기도회'를 개최하고, 예장 통합 교단은 7월 8일부터 경주에서 '전국 장로 수련회'를 개최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교회 관련 행사를 연기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해달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관련 감염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국내 주요 교회 관련 집단감염을 보면 서울에서 만민중앙교회(41명), 수도권개척교회모임(37명), 동안교회(28명)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수십명씩 발생했다.

경기에서는 은혜의강교회(67명), 부천생명수교회(50명), 수도권개척교회모임(25명), 군포안양목회자모임(22명), 한국대학생선교회(7명), 또 인천에서는 수도권개척교회모임(57명), 예수말씀실천교회(5명) 관련 확진자들이 있었다.

서울·인천·경기 전역에 영향을 미친 수도권개척교회모임의 경우 총 확진자가 119명에 달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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