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jeju] (2)권역별 외상센터 설치 필요성

[Healthy jeju] (2)권역별 외상센터 설치 필요성
국제자유도시 제주, 중증외상시스템 '重症'
  • 입력 : 2016. 01.22(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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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 높은 편
외상진료 시스템 미비로 안전도시 '무색'
병원간 역할 분담·협조 등은 제주도의 몫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2011년 소말리아 인근 인도양 북부해상에서 삼호주얼리호는 해적들에게 납치되던 중 청해부대의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구조됐다. 이 와중에 석해균 선장이 여섯발의 총알을 맞았다. 많은 사람이 그가 한국으로 후송돼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도움으로 살아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실제 장천공과 괴사성근막염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고, 이를 잘 극복해 석 선장이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부상 후 초기 대응이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의 헬기에 의해 후송돼 오만의 의료진이 치료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국종 교수의 말에 의하면 2011년 당시 우리나라 해상에서 그 정도의 외상을 입었으면 사망했을 것이란다. 중동 국가의 의료 수준이 우리보다 못하지만 중증외상에 대처하는 시스템은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실제는 그들이 좋은 게 아니라 우리 후송 시스템이 후진적이었다는 지적이다.

김광식 교수.

제주대학교병원 외과 김광식 교수의 협조를 통해 제주지역 권역별 외상센터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중증외상을 입은 사람이 주로 사망하는 시간이 있다. 첫번째는 초기에 몇십분만에 사망하는 경우인데 뇌의 큰 부상을 비롯 심장, 대동맥이나 폐에 큰 손상을 입은 경우다. 이런 경우는 의료진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예방만이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한두 시간만에 사망하는 경우로 주로 대량 출혈이나 뇌, 심장, 폐에 중등도의 손상을 입은 경우이다. 세번째는 부상 후 하루 이후에 사망하는 경우로 패혈증이나 다장기부전이 주된 사망원인이다. 석 선장이 출혈로 사망할 위기를 오만 의료진이 막아 주었고, 패혈증으로 사망할 위기를 이국종 교수팀이 막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중증외상을 입은 사람 중에 제대로 후송해 적절히 치료하면 살릴 수 있을 사람을 못 살리는 비율을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이라고 한다. 사망률이니 당연히 낮아야 좋다. 2011년 제주도의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35.6%로 선진국의 10%에 많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외상후 사망자 중 반 정도는 현지에서 사망한다. 이후 초기 한두시간만에 사망하는 경우는 주로 대량출혈이나 뇌손상, 혈기흉 등으로 사망하는데 골든타임 내에 적절히 치료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2007년에 제주특별자치도는 국제안전도시 공인을 받았고, 2012년에 재공인을 받았다. 손상감시시스템을 갖춘 가운데 다양한 손상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관련 기관간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재공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2013년 안전통계에 따르면 제주의 인구 1만명당 구조구급 발생건수는 76.86건으로 1등급을 받은 경기도 38.62건의 2배 수준이다. 2014년 제주도의 교통사고는 4472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만 92명이고, 부상자는 6542명이었다.

구급 시스템 보강이 절실한 이유다. 구급차와 구급인력을 늘리고 시설과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빠른 후송을 위한 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육지부에서는 타 시도에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인근 시도에서 헬기가 올 수 있겠지만 제주도는 다른 시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다목적 헬기가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의료전용 헬기라야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있다. 중증외상을 포함한 응급환자는 후송하면서 계속 감시하고 무언가 시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헬기가 잘 운용되면 1년에 30명 이상의 목숨을 구하고, 또 그 만큼의 환자들이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게 전문의들의 판단이다.

더불어 병원들의 외상 진료 시스템의 정비가 절실하다. 외상 담당 외과계 전문의가 항상 대기해 병원에 도착하는대로 초기 대응을 신속, 정확히 하고, 검사가 필요하면 곧바로 시행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수술팀이 항상 대기하다가 바로 수술에 임해야 하며, 시술이 필요하면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항상 대기하다가 바로 시행해야 한다. 중환자실이 항상 준비돼 있어서 자리가 없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런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외상전담 외과계 전문의가 최소 16명이 교대로 근무해야 하며, 그 외에 여러 전문가가 외상센터에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인건비만 해도 1년에 30억원이 훌쩍 넘는다는게 병원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리 나라는 최근에서야 중증외상 치료의 중요성을 알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는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를 교육하고 자격을 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2011년에 86명을 시작으로 2012년 48명, 2013년 11명, 2014년 27명, 2015년 40명에게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자격이 주어졌다. 현재 제주대병원을 포함해 37개 병원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돼 외상전문의 수련을 맡고 있다. 또 권역외상센터를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네가지의 기본 기능을 하는 외상센터를 제시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집중치료기반 구축은 물론 ▷외상치료 전문인력의 양성과 훈련 ▷외상 데이터 및 통계 생산, 학술연구 활동 수행 ▷지역사회의 외상관리체계에서 중추적 역할 담당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과 부산대병원에 중심 외상센터를 설치하고, 2012년 부터 지난해 까지 13개 병원이 외상센터로 선정됐다. 정부에서 시설비 80억원을 지원하고 자체적으로는 65억원 이상 투입해 센터를 만들고, 전문의 충원에 따라 급여의 일부분을 매년 지원해 오고 있다. 큰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희생을 감내할 의지가 필요하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 더불어 치료와 연구를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타 병원들을 포함해 여러 기관들과 유기적인 협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연간 방문객이 1300만명이 넘었다. 특히 제주는 항공이나 선박을 이용해 오가는 만큼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서둘러 외상센터를 설치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따라서 권역별 외상센터가 지정되고 병원별 역할과 병원간 연계가 자주 대책회의를 통해 정해져야 한다. 권역별 외상센터는 국가에서 지원하지만 그 외의 병원들의 협조를 구하는 일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몫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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